
두산 곽빈. 스포츠동아DB
두산 베어스 우완투수 곽빈(25)은 지난해 23경기에서 12승7패, 평균자책점(ERA) 2.90의 성적을 거두며 팀의 국내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호주 시드니~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도 남다른 구위를 자랑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두산 선발진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은 이유 중 하나가 확실한 국내 에이스 곽빈의 존재였다.
그러나 시즌 초반 페이스는 신통치 않았다. 호투하고도 승리가 따르지 않은 데다 매 경기 오르내림이 반복된 까닭에 첫 6경기에서 3차례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에도 불구하고 승리 없이 4패만을 떠안았다. 게다가 외인 원투펀치 라울 알칸타라와 브랜든 와델(등록명 브랜든)을 비롯해 최원준, 김동주 등 다른 선발투수들이 모두 한 차례 이상 이탈하면서 곽빈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고난 끝에 첫 승을 따내자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4월 30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6.1이닝 7안타 3볼넷 3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값진 첫 승을 신고한 데 이어 7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도 6이닝 6안타 1볼넷 3탈삼진 3실점 2자책점으로 2승째를 챙겼다. 4월 24일 잠실 NC 다이노스전(6이닝 1실점)부터 3연속 QS 행진도 펼쳤다. 시속 150㎞대 초반의 강속구에 움직임이 살아난 커브까지 당초 기대했던 구위를 되찾았다. 7일 곽빈과 호흡을 맞춘 포수 양의지는 “곽빈도 어떤 코스에 공을 던져야 하는지 더 많이 깨달은 것 같다”고 밝혔다.
선발투수들 중 유일하게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있는 사실도 박수를 받을 만하다. 당초 두산이 꾸렸던 5인 선발로테이션에서 알칸타라와 브랜든은 부상, 최원준과 김동주는 부진으로 이탈한 상태다. 이 때문에 두산은 올 시즌 벌써 무려 12명의 선발투수를 기용했다. 곽빈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동료들이 곽빈의 첫 승에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했던 이유다.
마음고생이 클 법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때를 기다렸다. 그 사이 브랜든이 돌아왔고, 최준호(3경기)와 김유성(2경기)이 선발등판한 5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팀 분위기도 살아났다. 곽빈은 “시즌 초반 승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1년 내내 안 좋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버텨냈다”며 “우리 팀의 도약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동료들 모두가 자기 역할을 잘 해낸다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고척 | 강산 스포츠동아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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