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소형준이 불펜의 과부하를 막아주고 있다. 24일 수원 롯데전에 구원등판해 역투하는 소형준. 수원|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수원|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올 시즌 KT 위즈 필승조 불펜투수들은 모두 70이닝을 돌파했다. 김민수(74경기·79.2이닝)에 셋업맨 김민(69경기·75.1이닝)과 마무리투수 박영현(64경기·74.2이닝) 모두 이미 많은 경기에 등판했다. 하지만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다득점 경기는 줄어들고, 필승조를 호출할 수밖에 없는 경기는 늘어났다. 이에 이강철 KT 감독은 경기당 투구수까지 고려해 불펜의 피로도 관리에 나섰는데, 이런 상황에서 천군만마처럼 소형준(23)이 나타났다.
●“3~4회부터 긴장하고 있어요”
지난해 오른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소형준은 올 시즌 복귀 후 줄곧 불펜으로 나서고 있다. 경기감각은 키우되 수술 부위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이 감독은 이닝, 점수차, 주자 배치 등을 고려해 소형준이 조금이나마 편하게 던질 수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리기 시작했다. 이어 구위 회복세에 따라 등판 상황을 조정할 참이었다. 그런데 소형준이 이른 시점부터 필승조와 부담을 나눌 정도로 좋아져 불펜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결과가 말해준다. 소형준은 12일 수원 NC 다이노스전부터 복귀 후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ERA) 1.29(7이닝 1실점)를 기록 중이다. 19일 수원 삼성 라이온즈전부터는 동점 상황이나 승부처에서 등판해 결정적 역투를 펼쳤다. 이날 복귀 첫 승을 거두더니, 24일 수원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2이닝 무안타 무4사구 무실점 완벽투로 2승째를 따냈다. 소형준은 “여유로운 상황에서 던질 때와 다르니 이제는 경기를 시작하고 3~4회쯤부터 몸과 마음에 긴장감을 주면서 몸을 풀고 있다”고 밝혔다.
●“나 없는 동안 고생해준 동료들을 위해”
소형준이 사실상 필승조 역할을 나누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투구이닝이 많은 필승조에게 소형준은 단비와 같다. 수술대에 오른 지난해 5월 이후 약 1년 4개월 동안 자신의 빈자리를 메워준 동료들을 위해 던지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그는 “내가 없는 동안 동료들이 내 몫까지 많이 고생해주지 않았는가”라며 “고생한 만큼 힘들었을 텐데, 내가 이제라도 와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구위는 더욱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형준은 아직 스텝스로, 롱토스 등 투구 훈련 단계를 종전처럼 소화하고 있지 못하다. 팔에 무리가 가지 않게 하고, 그 힘을 경기에서 쓰겠다는 생각이다. 포수 장성우는 “구위는 예년 수준으로 완벽하게 돌아왔다”고 평가했지만, 소형준은 “아직 내 훈련 루틴을 모두 소화하지 않고 있으니 구위는 내년, 내후년 더 좋아질 여지가 있다”며 “구종 역시 직구와 체인지업만 섞다 투심패스트볼, 커터까지 던지기 시작했다. 조금씩 예년 모습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