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진 적 없던 3.1이닝 퍼펙트로 장식…KT 박영현, 준PO 5차전 끌고 간 인생투

입력 2024-10-09 18: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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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박영현이 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LG와 준플레이오프 4차전 8회초를 무실점으로 마친 뒤 주먹을 쥐며 기뻐하고 있다. 수원|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KT 박영현이 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LG와 준플레이오프 4차전 8회초를 무실점으로 마친 뒤 주먹을 쥐며 기뻐하고 있다. 수원|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KT 위즈 마무리투수 박영현(21)이 가을무대에서 ‘인생투’를 펼쳤다.

박영현은 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PS)’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4차전에 구원등판해 3.1이닝 무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PS 통산 첫 승을 신고했다. 박영현은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로도 선정돼 상금 100만 원을 받았다.

KT는 LG에 6-5 승리를 거두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두 팀은 11일 5차전에서 PO행 티켓을 다툰다.

박영현에게 3.1이닝 투구는 프로 데뷔 후 처음이다. 2022년 KT 유니폼을 입은 그는 최대 2이닝까지밖에 던지지 않았다. 더욱이 올해 PS에선 2~3일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WC) 결정전(2경기·2이닝 무실점)은 물론 5일 준PO 1차전(1이닝 무실점)까지 모두 경기당 1이닝을 넘기지 않았기에 더욱 놀랍다. 여기에 정규시즌 막판부터 팀이 치르는 경기마다 등판해 사실상 이동일 정도를 제외하면 휴식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박영현은 항상 공격적 투구를 보여줬다. 이날도 4사구는 물론 안타도 내주지 않는 완벽투를 펼쳤다. 팀이 5-3으로 앞서다 8회초 5-5 동점을 허용한 상황에서 갑작스레 임무가 주어졌음에도 몸이 풀리지 않은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했다. 시속 150㎞를 웃도는 힘 있는 직구에 LG 타선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 전날 역전 결승 홈런으로 웃은 오스틴 딘마저 이 직구를 노리다 힘에서 밀렸을 정도였다.

한 이닝만 책임지는 게 익숙하지만, 8회초 2사 후부터 연장 11회초까지 던졌다는 것으로 이미 투지를 불사른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구원승이라는 보상까지 뒤따랐다. 박영현은 올 시즌 두 자릿수 승리-세이브(10승-25세이브)를 작성해 2005년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이후 19년 만에 불펜투수로 승률왕(0.833)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그만큼 동점, 열세 상황을 가리지 않고 등판해 어느 상황에 나서든 자신 있다”고 했는데, 이 기운을 PS까지 끌고 온 것이다.

이강철 KT 감독이 박영현에게 3.1이닝이나 주문했다는 것은 끝장을 보겠다는 의미와 같다. 이미 LG가 3차전을 잡아 승기가 기운 상태였음에도 5차전까지 하루 휴식일을 고려해 모든 것을 쏟아부은 것이다. 박영현 역시 이 뜻을 모르지 않았다. 그는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이 기운이 5차전까지 이어질 것 같다.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수원|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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