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체육진흥기금, 민간 보조금 ‘절반 이상’… 효율성 논란

●지자체 체육진흥기금 ‘돈만 쌓아두고 안 쓴다?’… 폐지론 확산

경기도 체육진흥기금 사업현황. 사진제공｜나라살림연구소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체육진흥기금의 사용률이 평균 13.6%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타회계 전입금 의존도가 높아 재정 비효율성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체육진흥기금을 과감히 폐지하거나 일반예산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월 20일 나라살림연구소가 발표한 ‘지자체 체육진흥기금 분석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체육진흥기금 설치·운용 지자체는 2016년 103곳에서 2025년 62곳으로 감소해 10년 새 40% 가까이 줄었다. 정부와 지자체가 기금 정비를 추진하면서 일부 불필요한 기금은 폐지됐지만, 여전히 기금 운영의 비효율성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체육진흥기금 조성액은 3,287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73억 원) 증가했으나, 사용률은 13.6%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지자체 기금 평균 사용률(22.7%)보다 9.1%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특히, 일부 지자체는 기금을 쌓아두기만 하고 실질적으로 사용하지 않아 재정 운용의 비효율성이 극대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체육진흥기금의 주요 재원은 타회계 전입금으로, 2023년 기준 평균 전입금 비율이 41.1%에 달했다. 이는 전체 기금 평균(13.7%)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로, 일부 지자체의 경우 전입금 비율이 90%를 넘는 사례도 확인됐다. 

25년 기준 체육진흥기금 지자체 설치현황. 사진제공｜나라살림연구소

경기도 체육진흥기금이 막대한 예산을 민간 보조금으로 지출하면서 예산 효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기금 사용률이 저조하고 타 회계 전입금 의존도가 높아 기금 폐지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자체 유형별로 사용률이 가장 높은 대상 기금은 경기도, 경기 여주시, 경기 양평군, 서울 중랑구 등 4개 체육진흥기금이며, 해당 기금에서 진행하는 사업들은 조례가 규정한 기금의 사용 용도에 부합한다. 이는 조례에서 명시한 기금의 용도가 대단히 포괄적이어서 대다수 기금사업들이 용도에 부합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기금을 통해 시행하는 사업들의 상당수가 민간경상사업보조나 민간행사사업보조 등 민간단체를 지원하는 지방보조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어, 집행구조로 볼 때 탄력적인 재정 운용이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 즉, 특정한 목적 달성을 위해 탄력적이고 안정적인 재정 운용이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설치하도록 한 기금의 설치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특히, 일반회계로도 가능한 사업을 기금을 통한 지방보조사업으로 추진하는 경우, 지방보조금 총액한도제에서 제외돼 재정 운용의 건전성 및 효율성 관리가 어려워진다. 또한, 예산에 비해 의회 심의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기금 특성에 따른 재정 통제력 상실로 인해 사업평가 부실 및 자의적 집행 등의 부정적 효과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경기도 체육진흥기금의 사업 내역을 보면, 경기도 체육인권증진사업, 유·청소년클럽 육성 지원, 독립야구단 경기도리그 지원, 장애인 및 취약계층 등의 (생활)체육활동 지원, 시민프로축구단 지원, 각종 국제대회 개최 지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경기도 체육진흥기금 사업은 조례가 규정한 기금의 사용 용도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일반적으로 체육진흥기금 설치·운용 조례에서 명시한 기금의 사용 용도가 포괄적이기 때문이다.

연도별 체육진흥기금 설치 현황. 사진제공｜나라살림연구소

다만, 지자체 국제대회 개최 지원 등은 사업의 특성상 탄력적인 재정운용을 일부 요구한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외의 사업들은 사업량 예측과 추진 방식이 단순해 탄력적인 재정운용이 필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경기도 체육진흥기금 지출액에서 민간경상사업보조로 지원하는 비율은 2023년도 54.5%(576억 5천만 원), 2024년도 60.5%(567억 5천만 원), 2025년도 46.5%(460억 7천만 원)으로 상당한 수준이며, 이에 해당하는 사업은 유·청소년클럽 육성지원, 독립야구단 경기도리그 지원, 생활체육지원 사업 등이다.

보고서는 “체육진흥기금으로 추진하는 사업들이 반드시 기금을 통해 운영될 필요가 있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기금 조성액이 과도하거나 사용률이 낮은 경우, 전입금 의존도가 높은 경우에는 해당 사유를 확인해 효율화 방안을 마련하거나 기금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체육진흥기금을 운영하지 않는 지자체들은 일반회계 지방보조사업을 통해 체육 진흥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예산 집행의 탄력성과 효율성이 더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방의회에서도 기금 존치 여부를 면밀히 심사하고, 기금사업의 성과 관리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2025년부터 기금을 통한 지방보조사업에 대해 ‘지방보조금법’ 및 ‘지방보조금 관리기준’을 준용하도록 지침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체육진흥기금을 포함한 각종 기금의 재정 운용 방식이 변화할 전망이다. 그러나 기금 존폐 여부에 대한 논의는 지자체별로 상이해 추가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라살림연구소 관계자는 “체육진흥기금이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고 재정 운용을 경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단순한 정비를 넘어 비효율적 기금을 과감히 폐지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장관섭 기자 localcb@donga.com


장관섭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