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5 신한은행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가 열렸다. 선발 등판한 키움 로젠버그가 2회초 내야수의 호수비에 웃고 있다. 고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5 신한은행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가 열렸다. 선발 등판한 키움 로젠버그가 2회초 내야수의 호수비에 웃고 있다. 고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No!”

키움 히어로즈 외국인투수 케니 로젠버그(30)가 9일 고척 LG 트윈스전에서 8이닝 13탈삼진 무실점의 역투를 펼친 뒤 취재진과 만나 ‘KBO리그 역대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 기록이 17개인데, 도전해볼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내놓은 답이다.

이날 7회초까지 12개를 잡은 로젠버그는 8회초에도 선두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울 정도로 힘이 넘쳤다.

고척스카이돔을 메운 팬들은 9회초에도 로젠버그가 등판하자, 열띤 환호로 그를 응원했다.

놀라운 탈삼진 페이스를 보인 그가 완봉은 물론, 탈삼진 신기록을 깨는 장면도 충분히 연출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실제로 8, 9회초 조금만 더 힘을 냈더라면 2010년 5월 11일 청주 LG 트윈스-한화 이글스전에서 한화 류현진이 기록한 리그 역대 정규이닝 최다 17탈삼진에도 다가설 수 있었다.

다만 9회초 한계 투구수에 이르고 만 로젠버그는 히어로즈의 구단 역대 한 경기 최다 기록인 14개(한현희·2015년 4월 10일 목동 KT 위즈전)에도 닿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로써 각기 12탈삼진을 2차례 기록한 앤디 밴 헤켄, 안우진을 제친 로젠버그는 13탈삼진을 한 차례씩 기록한 공동 2위의 강리호, 아리엘 후라도(삼성 라이온즈)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종이 한 장에 가까운 차이로 기록에 닿진 못했지만, 로젠버그에게는 조금의 후회도 남지 않았다. 

로젠버그는 “대학 시절 16개까지는 잡아본 적이 있었다. 프로에 와서는 오늘(9일) 기록한 13개가 나의 최고 기록일 것”이라며 “그렇다고 기록에 연연하면 안 된다. 내 스타일의 투구를 못 한다. 연연할 생각은 없다. 내게는 탈삼진에 신경 쓰기보다 효율적인 투구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홍원기 키움 감독도 “로젠버그는 구위로 상대를 압도하기보다 빠른 투구 템포로 맞춰 잡는 유형의 투수”라며 “빠르게 이닝을 끝내주는 게 우리 야수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로젠버그도 이날 리그 선두의 LG 타자들을 빠른 투구 템포로 요리하며 효율적인 투구를 해냈다.

직구와 슬라이더를 앞세워 스트라이크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했고, 타자들과 승부에서 볼카운트 우위를 점한 장면도 적지 않았다.

키움도 로젠버그의 완벽투에 힘입어 LG를 4-0으로 꺾고 3연패에서 벗어났다.

홍 감독은 “로젠버그가 우리 팀의 1선발답게 완벽한 투구를 보여줬다”며 “LG의 강한 타선을 상대로 공격적이면서도 영리한 피칭을 했다”고 고마워했다.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5 신한은행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가 열렸다. 선발 등판한 키움 로젠버그가 8회초 2사 1,2루 상황에서 외야 뜬공으로 이닝을 종료시킨 후 기뻐하고 있다. 고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5 신한은행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가 열렸다. 선발 등판한 키움 로젠버그가 8회초 2사 1,2루 상황에서 외야 뜬공으로 이닝을 종료시킨 후 기뻐하고 있다. 고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현재 10개 구단 가운데 외국인투수를 1명만 보유한 팀은 키움이 유일하다.

키움은 저연차 투수들의 육성과 타선 강화를 위해 외국인타자를 2명 보유하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

로젠버그도 자신이 키움의 단 한 명뿐인 외국인투수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더더욱 좋은 결과를 내고 싶어 한다.

다만 ‘투수파트에서 마음 편히 소통할 선수가 없고, 외국인선수는 오로지 자기 자신밖에 없어 의지할 곳이 마땅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로젠버그는 “다른 팀에는 다들 외국인투수가 2명이지만, 그게 부러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야시엘) 푸이그와 (루벤) 카디네스와도 잘 어울리고 있고, 우리 팀에는 영어를 할 줄 아는 선수도 많다. 설령 영어를 못 해도 우리 사이에는 언어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정서적인 유대를 잘 쌓아가고 있다. 동료들에게 받은 만큼 더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어질 정도”라고 말했다.



고척|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