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의 힘’ 발휘한 광주, 이정효 감독-마철준 수석코치 모두 조직력을 기반으로 한 팀의 저력을 믿는다!

마철준 광주FC 수석코치(가운데)가 9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FC와 ‘하나은행 K리그1 2025’ 10라운드 홈경기에서 2-1로 이긴 뒤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승리로 광주는 3승4무1패, 승점 13으로 6위에서 3위로 도약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우리는 시스템이 잘 갖춰진 팀이다. 감독님이 부재하셔도 흔들리지 않는다.”

마철준 광주FC 수석코치는 9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FC와 ‘하나은행 K리그1 2025’ 10라운드 홈경기에서 2-1로 이긴 뒤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승리로 광주가 3승4무1패, 승점 13으로 6위에서 3위로 오른 사실도 경사지만, 이정효 감독의 부재한 기간 동안 제주 SK와 대구를 각각 1-0과 2-1로 꺾고 2연승을 달려서다.

이 감독은 지난달 29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과 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물병을 발로 걷어차 퇴장당했다. 다이렉트 퇴장에 따른 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아 이날까지 벤치에 앉을 수 없었다.

그러나 광주는 흔들리지 않았다. 마 코치는 “감독님이 부재하신 기간 동안 오히려 선수들이 더욱 의기투합했다. 사실 감독님께서 벤치에 계시면 무게감이 더욱 느껴지지만, 우리는 시스템적으로 잘 돌아가는 팀이라 흔들리지 않았다”며 “선수들에게도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조직력으로 승부하는 팀다운 경기를 보였다”고 돌아봤다.

2022시즌 광주에 부임한 이 감독은 특유의 전방압박과 효율적인 빌드업, 약속된 패턴 플레이 등을 고루 가미해 팀의 황금기를 이끌고 있다. 2022시즌 K리그2 우승으로 1시즌만에 K리그1에 복귀한 광주는 2023시즌 3위에 올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출전권을 획득했고, 2024시즌에도 K리그1 잔류와 ACLE 8강 진출을 이뤄냈다.

그동안 큰 성과를 냈다보니 팀 내에선 승리만큼이나 경기력도 많이 신경 쓴다. 마 코치는 “이기긴 했지만 우리가 2점차로 앞서나간 뒤, 빌드업과 상대 수비를 풀어내는 장면에서 실수가 많이 나와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아마 감독님께서 벤치를 지키셨다면 화를 많이 내셨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효 광주FC 감독(가운데)은 지난달 29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과 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물병을 발로 걷어차 퇴장당했다. 다이렉트 퇴장에 따른 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아 9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FC와 K리그1 10라운드 홈경기까지 벤치에 앉을 수 없었다. 팀과 팬들에게 사과하고자 대구전을 앞두고 팬사인회를 열었고, 이 감독의 아내 역시 구단 사무국에 커피차를 배달했다. 사진출처｜광주FC 공식 SNS

한편, 이날 벤치에 앉지 못한 이 감독은 경기장 4층에서 경기를 관전했다. 앞서 팀과 팬들에게 퇴장을 사과하고 싶다는 마음에 이날 오후 6시부터 50분 동안 경기장 옆 외부 광장에서 팬사인회를 열었다. 젊은 감성의 옷과 안경을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이 감독의 아내 역시 이날 구단 사무국에 ‘퇴장당한 감독 사모가 쏩니다’는 문구와 함께 커피차를 보내 눈길을 모았다.

구단 관계자는 “감독님께서 평소 사모님께서 아침에 코디해주시는 복장을 입고 출근하신다. 오늘 복장 콘셉트와 커피차 모두 사모님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자리를 비웠지만 머릿속엔 계속 팀 생각뿐이었다. 이 감독은 “26일 알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 2024~2025시즌 ACLE 8강 원정경기를 치르기 전까지 K리그1과 코리아컵에서 3경기를 더 해야 한다. 운용 방안 등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며 “우리는 지난 3시즌동안 잘해왔다.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고 성적을 낼 정도로 팀워크 역시 탄탄하다. 이제 K리그1에선 강등의 공포를 완전히 지워버리고, ACLE에서도 최대한 많은 상금을 타내 모든 선수들이 오고 싶어하는 구단으로 거듭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광주｜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