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 이후 한국 정치는 군부 엘리트가 국가의 거의 모든 결정력을 가진 실질적 군부 통치였다. 1993년 문민 정권인 김영삼 정부가 ‘하나회 척결’로 문민 시대를 열기까지 30여간 사실상 군부의 시대였다. 군 출신들은 주요 요직을 ‘세습’하듯 바통 터치했고, 그 힘은 정권 핵심과의 인맥이었다. 학연·지연을 매개로 한 사조직은 출세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전두환 노태우로 대표되는 육사 11기의 사조직 ‘하나회’가 대표적이다.

전 동아일보 기자이자,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재홍 대표가 한국 정치 폐해의 뿌리가 된 ‘하나회’를 파헤쳐 한 권의 책으로 출간했다. ‘그 남자들은 무엇에 충성 하였는가’(사이드웨이. 284쪽)가 그것이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보도와 관련한 보안사의 기사 검열을 거부하며 자유언론 투쟁을 벌이다 강제 해직당한 당사자로서 겪었던 경험담이 공감을 얻게 한다.

저자는 “정치 군벌 하나회와 30년간의 군부 통치가 지금 우리에게 남긴 유산에 대해 더 명확하게 이해하지 않으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라고 경고한다. 이어 “군의 어제에 얼룩이 묻어 있다고 해도 오늘과 내일에만은 국민 모두로부터 아낌을 받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라고 주문한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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