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세대 톱모델 이희재, 영원히 런웨이를 떠나다[★1줄컷]

고 이희재씨 (뉴시스)

★1줄컷
다시 태어나도 모델을 하겠다던 이희재, 마지막 퇴장까지 아름다웠다

1970~1990년대를 풍미한 한국 1세대 패션모델 이희재씨가 9일 오후 8시6분 담도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향년 73세.
유족 측은 10일 별세 소식을 전하며 “2022년 1월 담도암 판정을 받고 수술했으나, 1년 만에 재발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평생 미혼으로 살아왔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6호실이며, 발인은 12일 오전 8시다.

서울 출생인 이희재씨는 서울 중앙여고, 건국대 의상학과를 졸업했다. 1971년 대학 재학 중 출전한 ‘목화아가씨’ 선발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모델로 데뷔했다. 이후 1979년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국제모델콘테스트에서 3위에 오르며 국제무대에서도 한국 패션모델의 존재감을 알렸다. 루비나, 김동수와 함께 당시 ‘패션모델’이라는 직업 자체를 대중화한 상징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 방송·출판·교육계 넘나든 ‘멀티플레이어’
1983년에는 ‘모델라인 아카데미’를 설립했고, 1990년부터 2002년까지는 차밍스쿨 ‘WHY NOT’ 원장으로서 이미지 트레이닝과 매너 교육에도 앞장섰다. 라디오 DJ와 방송 진행자로도 활약해 MBC 라디오 ‘지금은 가정시대’, ‘생방송 아침’, ‘아름다운 여자’, Q채널 ‘이희재의 차밍스쿨’ 등으로 대중과 소통했다.

1993년 펴낸 저서 ‘아름다운 여자 : 이희재 차밍스쿨’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이희재 다이어트’ 열풍을 일으켰다. 단순한 외모가 아닌, 품격 있는 삶과 내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이희재만의 철학이 여성 독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강단에서도 활동은 이어졌다. 1996년 동덕여대 여성사회교육원 메이크업디자인 주임교수, 1998년에는 평택공업전문대 모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교육자로서 후학 양성에 힘을 쏟은 점도 그의 빛나는 업적 중 하나다.

2002년부터는 화가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2010년 첫 개인전 ‘루이와 레이’를 개최하며 정식 데뷔했고, 2015년에는 중국 베이징에서도 전시회를 열며 국내외 예술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성악가인 제부 임산씨는 “이희재씨는 ‘다시 태어나도 모델이 되겠다’고 말하곤 했다”며, 생애 끝까지도 자신이 걸어온 길을 자랑스럽게 여겼다고 회고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