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 그리스 문명의 뿌리, 난해함 걷어내고 ‘평역’으로 재탄생
풍부한 시각 자료와 해설 더해 트로이 전쟁의 입체적 조망 가능케 해
인류는 스토리메이커다. 인류는 스토리를 만들고, 스토리는 인류를 만들었다. 인류 최초의 이야기인 메소포타미아의 ‘길가메시 서사시’가 그렇고, 고대 그리스의 ‘일리아스’ ‘오디세이사’가 그렇다. 인류 스토리의 역사는 이 세가지의 서사를 원전으로 변주와 파생을 거듭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풍부한 시각 자료와 해설 더해 트로이 전쟁의 입체적 조망 가능케 해
오늘 우리는, 인류는 또 하나의 스토리를 만났다. 새롭게 해석하고,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일리아스’가 그것이다. 서양 문학의 거대한 뿌리이자 그리스 신화의 원천인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그 위대한 유산이 ‘평역본’으로 새롭게 출간됐다. 신화 연구가 김원익 교수(홍익대 문과대)가 집필한 ‘일리아스 : 그리스 신화의 원전’은 원전 특유의 웅장한 서사는 유지하되, 고전 특유의 문턱을 낮추는 데 집중했다.
● ‘아득한 고전’에서 ‘오늘의 서사’로
‘일리아스’는 초심자들에게 늘 장벽이었다. 수천 년 전 트로이 전쟁터를 수놓았던 아킬레우스의 분노와 헥토르의 고결함은 시대를 초월한 감동을 전하지만, 방대한 인명과 복잡한 신화적 배경은 ‘참을 수 없는 인내’를 요구했다.
그렇기에 김원익 교수의 이번 평역본 ‘일리아스’는 더없이 반갑다. ‘일리아스’의 어려운 인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현대 한국어의 매끄러운 호흡을 채택해 독자 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독일 유학파인 김 교수의 평역본 ‘일리아스’은 독일 시인 하인리히 포스(J. H. Voss)의 번역본을 저본으로 삼아 원전이 가진 비유와 핵심을 충실히 살렸다는 평을 받는다. 또한 독서의 흐름을 끊던 난해한 문장들을 세심하게 다듬어 그 가치를 더했다. 단순히 글을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단편적으로 흩어져 있던 에피소드와 서술 공백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서사 구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가계도·지도·명화 망라한 ‘입체적 독서’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독자의 몰입을 돕는 방대한 보조 자료다. 텍스트와 해설, 그리고 명화가 어울어져 독자들을 몰입시킨다.
‘구조적 요약’과 시각적 가이드, 심층해설, 그리고 전사(前史)의 사각 프레임을 활용해 텍스트의 이해를 돕고 있다. 구조적 요약은 각 권의 도입부에 핵심 내용을 요약 제시하여 전쟁의 흐름을 선명히 파악 가능하게 했고, 신과 영웅들의 가계도, 전쟁의 지형을 보여주는 지도, 사건을 묘사한 관련 명화 수록해 시각적인 가이드 역할을 하게 했다.
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수용사를 통해 작품의 역사적·문화적 맥락 확장한 심층해설,
‘파리스의 심판’부터 아킬레우스 탄생의 비밀까지, 전쟁 이전의 맥락을 상세히 기술하는 ‘전사(前史) 정리’ 등은 이 책만이 갖는 큰 장점이다.
그리하여 도달한 결론은 ‘일리아스’는 단순한 옛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위해 죽어갔는지를 묻는 근원적 질문, 그것이다.
● 신화와 인간이 빚어낸 거대한 파노라마
‘일라아스’는 트로이 전쟁을 둘러싼 신들의 술수와 인간의 운명을 입체적으로 연결해 낸다.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의 갈등이 어떻게 인간 세계의 비극으로 번지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이 내리는 선택이 어떤 무게를 갖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책을 펴낸 세창출판사 측은 “그리스 신화의 원천을 제대로 읽고 싶었으나 방대한 분량과 난해함에 주저했던 독자들에게 이 책은 가장 든든한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밝혔다.
● 신화연구가 김원익이 인류에게 묻는 것
저자 김원익 교수는 독문학 연구를 거쳐 ‘신화’로 눈을 돌려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신화연구가다. 지상파 TV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신화의 재미와 가치’를 알린 이야기꾼이면서, 10여 차례 신화 기행단을 인솔해 그리스를 한국에 알린 ‘박사 가이드’이기도 하다.
그가 천착해 개척하고 연구한 ‘신화’는 수 십권의 책으로 결실을 맺었다. ‘신통기’ ‘아르고호의 모험’ 등 역서, ‘오디세이아’ ‘사랑의 기술’등 평역서, ‘신화, 인간을 말하다’ ‘신들의 전쟁’ 등 끝없이 이어지는 저작이 그것이다.
그는 이번 ‘일리아스’를 세상에 내보내며, 인류에게 묻는듯 하다. ‘그대의 이야기는 어디서 왔는가’ ‘인류 스토리의 탯줄은 어디인가’. 이 겨울 ‘일리아스’에 몰입하는 것은 소복히 쌓은 눈을 바라보는 것만큼 즐거운 일일 것이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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