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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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 장은지 기자] 우리 극장가에 불어닥친 미증유의 ‘한파’를 뚫기 위해 영화계가 실험적 카드를 꺼내 들었다. ‘40분’이라는 파격적인 러닝타임과 ‘3000원’이라는 아메리카노 한 잔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관객 유혹에 나선다.

14일 개봉한 옴니버스 영화 ‘당신이 영화를 그만두면 안 되는 30가지 이유’는 CJ ENM과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가 한예종 30주년을 기념해 의기투합한 프로젝트다. 신인 크리에이터 발굴과 동시에 침체된 극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영화는 현시점 한국 영화계가 가장 사랑하는 감독 30인이 3분짜리 단편 30편으로 구성된다. 최근 박찬욱 영화 ‘어쩔수가없다’ 각본을 맡은 이경미 감독을 비롯해 ‘세계의 주인’ 윤가은, ‘선재 업고 튀어’의 김태엽 등이 참여했다. 여기에 정유미, 최성은, 옥자연 등 충무로를 대표하는 얼굴들이 대거 출연해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사진제공 |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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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영화를 그만두면 안 되는 30가지 이유’는 영화에 대한 30가지 시선이자 존재론적 탐구를 담고 있다. OTT와 인공지능, 숏폼 등에 밀려난 이 시대 영화가 처한 상황을 냉소하면서도 자조 섞인 유머를 잃지 않는 것이 인상적이다.

배급 방식도 기존의 틀을 깼다. 영화 30편을 주제에 맞게 10편씩 묶어 3막(예열·심연·폭발)으로 나누어 선보인다. 이날 공개된 것은 1막 ‘예열’로 40여 분간 러닝타임에 관람료는 3000원으로 책정됐다. 이후 매주 수요일 순차적(심연→폭발)으로 극장 개봉하며, 2월 4일부터는 합본이 닷새동안 상영된다.

관객의 반응은 대체로 긍적적이다. “약속에 늦는 친구를 기다리며 가볍게 보고 나오기 좋은 수준”, “스낵무비 한 편 보고 3시간짜리 블록버스터를 연달아 봐도 부담이 없다”는 등 기존 극장의 소비 패턴을 전복하는 이같은 실험을 반기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결국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모으는 것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영화적 시도”이라며 “3000원이라는 문턱을 낮춘 시도가 얼어붙은 극장가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장은지 기자 eun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