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미니 8집 ‘7TH YEAR: 가시덤불에 잠시 바람이 멈췄을 때’ 콘셉트 포토. 사진제공 | 빅히트 뮤직
[스포츠동아 장은지 기자] ‘파인다이닝 터치를 더한 된장찌개라고 할까.’
케이(K)팝에 ‘아는 맛’이 돌아왔다. 최근 케이팝 시장에는 황금기를 구가했던 가요의 문법을 현대적으로 부활시킨 ‘네오 르네상스’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르세라핌, 아일릿, 캣츠아이, 이즈나 등 여성 그룹이 테크노와 하우스 장르로 전자 댄스 음악(EDM)의 부흥을 알렸다면, 남성 그룹 진영에서는 2000년대를 풍미한 댄스 가요의 ‘원류’를 다시 소환해 내는 흐름이 뚜렷하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보이넥스트도어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몇 년간 케이팝의 흥행 공식은 2분 안팎의 이지리스닝곡과 귀에 꽂히는 필승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은 파편화한 일명 ‘훅송’이 양분해 왔다. 그런데 최근 톱티어 남성 그룹들이 이를 정면으로 거스르며 시장의 패러다임을 다시 바꾸고 있다.
4월 발매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미니 8집 타이틀곡 ‘하루에 하루만 더’는 2000년대 케이팝 특유의 마이너(단조) 정서와 극적인 전개로 ‘멜로디컬 댄스곡’의 황금기를 환기했다. 요즘 유행하는 신스 사운드 대신 애절한 멜로디 라인을 전면에 내세우고 멤버들의 보컬 하모니를 강조했다. 이를 통해 곡의 서사를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댄스 가요의 문법을 복원해냈다.

보이넥스트도어 정규 1집 ‘홈’ 콘셉트 포토. 사진제공 | KOZ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차트 장기흥행과 함께 음악방송 5관왕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며 서사 중심 댄스곡의 저력을 증명했고, 보이넥스트도어는 정규 음반으로 초동 100만 장을 돌파하며 4연속 밀리언셀러라는 대기록을 썼다.
중요한 것은 이들 곡이 케이팝의 헤리티지를 단순 복각한 것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과거의 투박한 사운드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 아닌, 오늘날 케이팝이 지닌 고도의 기술력과 미감으로 정교하게 세공한 것에 가깝다. 최신 음향 기술과 세련된 비주얼, 퍼포먼스로 재해석한 덕분에 세대별로 각기 다른 ‘문화적 카타르시스’를 안기고 있다.
최신 케이팝에 익숙한 글로벌 젠지들에겐 전후 맥락이 확실한 아날로그 가요 문법이 오히려 참신하게 다가가는 반면, 가요를 듣고 자란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그 시절 뜨거웠던 감수성을 최고 수준의 퀄리티로 다시 경험시키는 ‘윈윈 효과’를 거두고 있다.

트레저 미니 4집 ‘뉴 웨이브’ 콘셉트 포토. 사진제공 | YG 엔터테인먼트
신곡 ‘이프 아이’는 트렌디한 팝 스타일 대신 묵직한 비트와 날것의 랩 메이킹을 전면에 내세운다. 장르 본연의 매력에 집중한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공개 11일 만에 유튜브 1억 뷰를 돌파하기도 했다.
장은지 기자 eun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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