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막내린 ‘면세점 대전’ 2R…게임의 룰 재설정 필요

입력 2015-11-1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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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대전’ 2라운드가 막을 내렸다. 서울 시내 면세점은 기존의 롯데, 신라와 함께 한화, HDC신라(신라+현대산업개발 합작사), 신세계, 두산 등 6개 기업으로 재편됐다. 이들이 앞으로 5년간 가장 큰 방한관광 시장인 수도권의 면세사업을 담당한다.

이번에 롯데가 월드타워점을 놓치면서 면세점은 ‘1기업-1매장’으로 모양 좋게 ‘교통정리’됐다. 특혜부터 독과점, 공정성과 사전정보 누출 등 각종 논란에 시달렸던 관세청이나 정부로서는 최선의 결과라고 자족할 수 있다. 하지만 면세점을 관광산업을 이끄는 ‘전략 콘텐츠’로 본다면 이런 선정 과정과 결과가 정말 최선일까.

글로벌 국가들의 총성 없는 전쟁터가 된지 오래인 관광산업에서 면세점 역시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와 경쟁하는 일본과 중국 모두 면세사업의 몸집을 키우고 경쟁력을 강화하려 애쓰고 있다.

중국은 국영기업 중국면세품그룹(CDFG)을 통해 지난해 8월 휴양지인 하이난성에 50억 위안(약 8250억원)을 투자해 7만m² 규모의 세계 최대 면세점을 오픈했다. 코엑스보다 두 배나 큰 이곳은 화장품 매장이 축구장보다 큰 8000m²나 된다. 2020년까지 관광객 2000만 명을 목표로 하는 일본도 5777개인 면세점을 1만개로 늘리고, 도쿄의 대표적인 관광지 오다이바에 대형 면세점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중국인 관광객에게 인기 높은 사후면세점을 편의점이나 드러그스토어까지 확대하며 인프라를 키우고 있다.

반면 우리는 기존에 10년마다 갱신하던 사업자 면허를 5년으로 단축했고, 기존업자도 신규 도전자와 같은 출발선에서 경쟁하게 했다. 그동안 축적한 경영 노하우와 외국기업과 경쟁할 능력보다는 말썽 없고 뒷말 나오지 않는 형평성과 안배에 신경을 썼다.

이번에 사업권을 획득한 기업들은 5년 후 새로운 도전자들과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경쟁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월드타워점으로 옮기면서 3000억원을 투자했던 롯데는 1년 만에 문을 닫았고 일하던 면세점과 협력업체 직원 1200여명도 졸지에 일터가 사라졌다. 5년 후에 자신들이 투자한 것이 한번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위험을 알면서 과연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시설 인프라에 투자하고 안정적으로 인력 고용을 할까.

‘면세점 대전’으로 불리었던 이 게임의 룰에 대해 다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김재범 전문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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