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협상 사실상 결렬…‘플랜B’로 넘어가나

입력 2020-09-0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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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이번 주 노딜 공식화할 듯
감자·출자전환·기안기금 투입 검토
협상결렬 책임 놓고 법적공방 전망
양측 수장까지 만나 담판을 벌였으나, 결과는 새드앤딩(sad ending)이 됐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협상은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이 2일 이메일로 재실사를 거듭 요구하면서 사실상 노딜(no deal, 인수무산) 수순으로 들어갔다.

당초 4일쯤 노딜 선언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아시아나항공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HDC현산에 대한 계약해지 통보를 이번 주로 미루었다. 매각협상이 무산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미래는 ‘플랜B’로 넘어가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9000여 명이나 근무하는 국적항공사다. 관련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따라서 기업청산보다 새 인수자가 나설 때까지 채권단 관리 아래 둘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그럴 경우 플랜B의 주요 내용은 금호산업 지분 감자, 채권단 출자전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투입이다.

우선 대주주의 책임을 물어 금호산업의 지분을 감자하고, 채권단이 보유한 8000억 원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다. 이 경우 채권단은 지분율 36.99%로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가 된다. 정부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투입하는 문제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은 연말까지 약 2조 원의 기안기금 투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준비를 마쳐 아시아나항공의 요청만 있으면 바로 투입이 가능하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불투명한 경기전망이다. 자칫 대우조선해양처럼 기업 유지를 위해 정부자금이 계속 들어가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도 있다. 향후 2∼3년간 항공산업이 정상화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출자전환으로 이자비용을 줄이고, 고강도 인적 구조조정과 불필요한 노선감축 등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혹독한 ‘군살빼기’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자회사를 따로 파는 ‘분리매각’도 예상되는 시나리오 중 하나이다.

한편, 매각협상 결렬의 책임소재를 두고 채권단과 HDC현산과의 다툼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HDC현산의 그간 행보가 2500억 원의 계약이행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한 명분 쌓기로 보는 시각이 있어 양측 다툼은 법정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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