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이재용, 마지막날은 정의선…경제협력 강화

입력 2022-05-23 09: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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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기간에 재계 수장들의 ‘민간 외교’가 주목받았다. 20일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시찰 후 바이든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바이든 미 대통령 방한에 ‘민간 외교’ 나선 재계 수장들

이재용, 직접 평택 반도체공장 안내
정의선, 바이든과 면담…투자 발표
바이든, 삼성과 현대차에 감사 표해
환영 만찬에 재계 수장들 대거 참석
양국 간 투자 확대·규제 완화 기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박 3일 방한 일정을 마무리한 가운데, 재계 수장들의 ‘민간 외교’ 역할이 눈길을 끌었다. 양국 정상이 만나는 자리에 재계 수장들이 대거 참여한 것이 핵심이다. 한미 양국이 첨단 반도체, 친환경 전기차용 배터리, 인공지능(AI), 바이오기술, 바이오제조, 자율 로봇 등 첨단 산업 및 신흥 기술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만큼, 재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양국 정상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 ‘기술동맹 기지’로 떠오른 삼성전자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첫날인 20일 오후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에서 첫 만남을 가졌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두 대통령을 직접 안내했다. 이 부회장의 소개로 양국 정상은 약 22분간 현재 가동 중인 1라인(P1)과 건설 중인 3라인(P3)을 둘러봤다. 이처럼 양국 정상이 삼성전자에서 처음 만난 만큼, 삼성전자가 한미 반도체 기술 동맹 강화를 상징하는 ‘기술동맹의 기지’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여러 귀빈들을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에 모시게 돼 영광”이라며 “삼성전자는 25년 전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들기 시작한 최대 규모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다. 반도체를 통해 미국 등 전 세계 각국과 아주 중요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를 존중하고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나노 사이즈 밖에 안 되는 반도체는 인류의 기술적 발전에 꼭 필요하다”며 “양국의 발전을 위해 기술적 노하우를 통합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또 이재용 부회장의 이름을 언급하며 삼성전자가 미국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1조6400억 원)를 투자해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것에 대한 감사의 뜻도 전했다.


●비즈니스 라운드 이어 환영 만찬까지


21일에도 재계 수장들의 분주한 행보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 서울 하얏트호텔 산수룸에서 열린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지나 레이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공동 주재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이재용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백우석 OCI 회장, 최수연 네이버 사장 등이 참석했다.

또 이날 오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바이든 대통령 환영 만찬에는 이재용 부회장, 최태원 회장, 정의선 회장, 구광모 회장, 신동빈 회장, 김동관 사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등을 비롯해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쿠팡의 강한승 대표도 참석했다. 또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경제 6단체장도 자리했다.

경제계는 이날 만찬에 재계 수장들을 대거 초청한 것을 두고 양국이 국내 주요 기업을 폭넓게 아우르며 경제협력 강화인 ‘경제안보 동맹’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특히 인센티브를 통한 양국 간 상호 투자 확대와 규제 완화 등의 리스크 해소를 전망하는 분위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기간에 재계 수장들의 ‘민간 외교’가 주목받았다. 22일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발언하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제공 | 현대자동차



●美에 100억 달러 신규 투자하는 현대차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마지막 날인 22일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대미를 장식했다. 정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방한 중인 바이든 대통령과 면담을 갖고, 2025년까지 미국에 로보틱스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50억 달러(약 6조3600억 원)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이 밝힌 추가 투자 분야는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등이다. 전날 미국 조지아주에 6조3000억 원 규모를 투자해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 등 전기차 생산 거점을 마련한다고 밝힌 것에 이어, 추가 투자까지 합치면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새로 투자하는 규모는 총 100억 달러(약 12조6600억 원) 규모에 이른다.

정 회장은 “방한 중 저와 만나는 시간을 마련해준 바이든 대통령에게 매우 감사하다. 정말 영광”이라며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40년 가까이 10만 명이 넘는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자랑스러운 기업시민이 돼왔다”고 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을 선택해준 데 대해 감사하다. 미국은 현대차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현대차 덕분에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전환되고 있고 미래 전기 산업에서 미국의 목표가 속도를 내게 됐다”고 화답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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