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과네젊음,몰아주기내기어때?

입력 2008-01-29 09: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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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만화 원작 스릴러 ‘더 게임’ 돈은 많지만 늙고 병들어 저승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 강노식(변희봉)과 가진 것은 건강한 육체밖에 없는 가난한 청년 화가 민희도(신하균). 서로가 갖지 못한 것을 갈구하던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나 ‘몰아주기’ 내기를 한다. 조건은 무작위로 전화번호를 눌러 수신자가 여성이면 희도가 30억 원을 받는다. 하지만 남성이면 희도의 육체를 노식이 차지한다. 희도의 승리가 굳어지는 듯했으나 수신자가 남성이 여성으로 변한 트랜스젠더임이 밝혀지면서 희도는 결국 몸을 빼앗긴다. 그러나 재산을 노린 노식의 정부 이혜린(이혜영)이 끼어들어 희도를 도우면서 상황은 다시 미궁에 빠진다. 제작사인 ‘부귀영화’ 박창현 대표의 말처럼 “원작인 일본만화 ‘체인지’가 기승전결이 뚜렷해 영화적 감성이나 메시지만 집어넣으면 되는” 장점 덕분에 영화는 지루하지 않게 2시간 동안 흘러간다. 독특한 소재와 긴박한 구성, 배우들의 열연은 ‘세븐데이즈’에 이어 2개월 만에 스릴러 마니아의 관심에 부응할 만한 요소다. 뇌와 척수를 이식하는 장면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결말 부분에서 두 번째 게임의 결과를 4, 5번의 가지치기가 가능하도록 상상의 여지를 남겨 놓은 점도 매력 포인트. 영화에서 김 박사의 말처럼 한 사람에게는 ‘일부’인 30억 원과 다른 사람에게는 ‘전부’인 육체를 건다는 것은 ‘공정하지 않은 게임’이다. 영화는 은연중 부에 따라 불평등한 관계가 맺어지는 자본주의적 모순을 고발하고 있다. 큰돈이 걸렸다지만 뇌를 바꾸는 내기를 한다는 설정 자체가 얼마나 설득력 있을지 의문이다. 극적 전개의 키를 쥐고 있던 혜린이 영화 후반부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갑자기 사라진 것도 의아하다. 31일 개봉. 15세 이상.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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