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돈보다명예”…한류바람타고할리우드로

입력 2008-03-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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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 까지 할리우드는 한국 배우들에게 먼 꿈이었다. 하지만 미국 LA에서 레드카펫을 밝으며 시사회에 참석하는 장동건, 비, 이병헌의 모습을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 한국 스타들 돈 아닌 명예 위해 할리우드로 영화 ‘웨스트 32번가’에 출연한 재미교포 배우 존 조는 “최근 할리우드는 영어실력이 부족해도 아시아 국가에서 인기가 높은 현지 배우에 더 관심이 높다”고 밝혔다. 2005년 정점을 찍은 한류는 식고 있지만 아시아에서 장동건, 비, 이병헌 등 한류스타들의 인기는 여전하다. 그만큼 할리우드에서 한류 스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하지만 할리우드에 진출한 스타들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의 박찬호처럼 국내보다 훨씬 높은 액수의 몸값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병헌의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의 손석우 이사는 “국내에서 받는 개런티와 비교해 크게 더 받는 것은 아니다. 미국 제작사들은 한국과 아시아에서의 인기, 지명도를 꼼꼼하게 평가하는 등 논리적인 원칙을 정해 배우의 개런티를 책정한다”고 밝혔다. 최근 ‘닌자 어새신’에서 주연을 맡은 정지훈(비)도 50만 달러의 기본 개런티를 받았다. 약 5억원으로 국내에서 비의 CF 한편 출연료와 비교해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수입외의 부분을 따져봐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미국 활동은 일단 언어적인 문제를 극복해야하고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도 겪어야 한다. 국내라면 원하는 영화와 캐릭터를 골라서 출연할하며 인기를 누릴 수 있는 스타들이 신인 배우가 겪어야 하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손석우 이사는 “그래도 왜 가냐고 묻는다면 새로운 환경에 대한 도전이 이유다. 미국진출의 현실적인 이익보다는 여러 영화 중 새로운 배우들과 스태프를 만나기 위해 할리우드행을 선택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한국 배우의 할리우드 도전사 할리우드에서 처음 활동한 한국배우는 필립 안(1905∼1978)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장남인 필립 안은 영화와 드라마 180여편에 출연했고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이름이 보존되어 있다. 하지만 그가 한국에서 활동하다 미국으로 진출한 것은 아니었다. 필립 안은 재미교포 배우이다. 교포가 아닌 한국출신 배우의 첫 미국영화 출연은 1998년 ‘아메리칸 드래곤’의 박중훈. 미국에서 공부를 했던 박중훈은 2002년 ‘찰리의 진실’에서도 비중 있는 조연을 맡았다. ‘로스트’로 스타가 된 김윤진은 한국 출신 스타가 아닌 신인으로 오디션을 거치며 미국 시장을 두드린 경우다. 미국에서 성장해 원어민수준 영어실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가 하면 하정우는 한미합작영화 ‘두 번째 사랑’으로 선댄스영화제에서 주목받았고 미국배우조합에도 가입됐다. 현재도 장동건, 비, 이병헌. 장혁, 송혜교 등이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할리우드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전지현은 홍콩, 미국, 프랑스 합작 영화인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를 통해 , 장혁은 싱가포르 미국 합작인 ‘댄스 오브 드래곤’으로, 장동건은 ‘반지의 제왕’ 베리 오스본이 제작하고 ‘슈퍼맨 리턴즈’ 케이트 보스워스가 주연을 맡은 ‘런드리 워리어’로 할리우드 스크린에 등장한다. 이밖에 워쇼스키 남매의 ‘스피드레이서’로 할리우드에 데뷔한 비는 조엘 실버가 제작하는 ‘닌자 어새신’을 통해 단독 주연으로 올라섰다. 이병헌은 ‘나는 비와 함께 간다’에 이어 ‘미이라3’ 스티븐 소머즈 감독의 ‘지 아아 조’에 주연급으로 캐스팅 촬영을 시작했다. 송혜교는 독립영화 ‘패티쉬’를 통해 미국시장을 두드렸다. ○ 할리우드, 亞 시장 위해 한류 스타에 ‘러브콜’ 할리우드의 한국배우 캐스팅은 철저한 해외시장 공략 전략에 바탕을 둔다. 할리우드 제작사들은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아시아나 유럽의 스타를 주·조연으로 캐스팅하거나 현지 로케를 진행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중국과 유럽 각국에서 해외 로케이션을 한 ‘미션임파서블’ 시리즈, ‘러시아워2’의 장쯔이, ‘다빈치 코드’의 장 르노가 전략적 캐스팅의 예다. 할리우드의 아시아 스타 캐스팅은 1970년대 일본 배우가 주를 이뤘고 1990년대는 중국 배우가 진출했다. 최근에는 한류가 아시아에서 인기를 끌며 한국 배우들이 주인공까지 맡았다. 철저히 시장 상황에 따른 캐스팅이다. 영화진흥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의 연평균 영화시장 규모는 316억 달러로 전 세계 46%를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46억 달러 규모의 일본, 11억 달러 한국, 정확한 집계가 어렵지만 막대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중국까지 동아시아 시장은 할리우드에 매력적이다. 한류스타 캐스팅은 한국과 일본, 중국,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 동아시아 전체에서 영화에 대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아시아국가에서 마케팅효과도 높일 수 있다. 한국 뿐 아니라 홍콩의 장쯔이, 청룽, 일본 와타나베 켄 등 아시아 유명스타는 할리우두에서 계속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경호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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