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기계적이라는 게 뭔지 알 것 같았어요.”
유우재는 최용민 선배의 연기를 보며 살아있는 연기를 보았다. 비디오 CD로 ‘나생문’을 보던 때였다. 원래 연극은 영상 화면으로 보면 생동감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화면에 깊이 빨려들었다. 중간에 절대 1초도 멈출 수 없을 정도로 선배의 연기에 매료됐다.
최용민은 유우재의 대선배다. 나이차도 스물여덟 살이나 난다. 유우재는 선배처럼 ‘연기를 잘 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다. 선배는 15년 전 대학로 동숭동 무대에 데뷔했다. 1993년 김광림 연출의 ‘사랑을 찾아서’에서 보험회사 부장 역할로 시작했다. 그 때 당시 마흔 한 살이었다.
원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가, 연극과 회사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는 결심에 연극을 택했다. 늦게 시작한 것이 도리어 아쉬울 정도로 연극이 좋다. 처음에는 가족의 반대가 심했지만, 누이 (한양대 최형인 연극영화과 교수) 덕에 연극 문화를 계속 접하고 살았던 게 도움이 됐다.
“내가 다른 사람이 돼서 그 사람의 극적 상황, 극적 심리상태를 연기한다는 게 재미있다.”
선배 최용민이 꼽는 연극의 매력은 바로 극적 상황을 자신이 연기한다는 데에 있다. 매 회 공연할 때마다 새롭고 조심스럽고 떨린다. 데뷔할 때 생각도 많이 난다.
최용민은 유우재에게 “대본 안에 모든 해답이 들어있다”고 충고한다. 대본을 보고 홀로 계속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이와 상관없이 열심히 하는 사람은 잘 되게 마련이다. ‘연기를 잘 한다’는 것은 이해가 빠르다는 얘기다. 인물에 대한 이해, 대본에 대한 이해, 상황에 대한 이해, 선천적인 것도 있을 테지만 열심히 하는 게 우선이다.
대학에서 연기 수업을 하는 최용민은 학생들 중에서도 “지각 한 번 안 하고 …결석 한 번 안 하고… 숙제 꼬박 꼬박 잘 해오는 성실한 친구들이 잘 된다”고 말했다.
최용민은 유우재의 첫인상을 “깔끔하고, 성실하다”고 말했다. 함께 공연하는 사람끼리는 팀 화합이 좋아야 한다는 것도 강조했다. 분장실 분위기가 중요하다. 분장실에서 서로 말 안 하고 시무룩해있으면 그게 무대에서도 다 드러난다. 술자리도 많이 만들고, 서로 친해지는 게 중요하다. 분위기가 좋아야 연극도 잘 된다.
변인숙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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