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균의21C必聽음악실]이승철+김태원=명품록발라드‘부활’

입력 2008-05-28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최근 노장 가수들이 고군분투하며 가요계에 관록의 가치를 가르치고 있다. 1990년대 말 아이들(idol) 가수가 점령한 가요계는 이후 몇 년간 심각하다 싶을 만큼 노장 가수들이 부진했다. 음반이 어렵게 발매되더라도 차트 상위권에서 볼 수는 없었다. 올드보이들의 ‘부활’이라는 반전이 이뤄진 것은 그룹 부활로부터 시작됐다. 2002년 월드컵 직후 나온 부활의 8집 ‘새벽’은 ‘네버엔딩스토리’(Neverending Story)라는 발라드 명곡을 히트시키면서 음반도 30만 장이 팔리는 대성공을 거뒀다. 이승철을 모르는 10대 팬이 신인인 줄 알고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조성모 같은 훌륭한 가수가 되겠다’고 말했던 해프닝이 회자될 정도로 당시 노장들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하지만 부활 8집의 대반격은 다음 해 인순이의 ‘친구여’가 나올 수 있는 초석이 됐다. 그리고 이 앨범을 끝으로 다시 부활과 결별한 이승철이 잇따른 솔로 히트곡을 내며 노장 파워가 이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부활 8집은 록 팬들에게는 큰 사건이었다. 10여년간 떨어져 있던 한국 록의 명콤비 이승철과 김태원(기타)이 어렵사리 다시 만난 음반이었기 때문이다. ‘희야’ ‘회상(마지막 콘서트)’ ‘비와 당신의 이야기’ 등 록 팬 뿐 아니라 가요 발라드 팬들도 사랑해마지 않던 명곡들을 만들고 불렀던 둘의 재결합이었다. 역시 두 사람은 음악 팬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음반이 발매된 지 6년이 흘렀지만 ‘네버엔딩스토리’는 여전히 2000년대 최고의 (록)발라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 곡만으로도 이 음반은 필청의 가치를 지니지만 여타 수록곡들의 면면도 만만치 않다. ‘섬’ ‘시계의 반대방향’ ‘눈 먼 아이가 본 풍경’ 등에서 나타나는 프로그레시브록, 퓨전 재즈적인 음악 구성은 부활이 1집부터 지켜온 실험적인 시도들에 대한 초심이 여전함을 보여준다. 이승철과 김태원은 이 8집 활동 중 다시 불화가 일어나 또 다시 결별하고 말았다. 그래도 팬들은 이 기약없는 만남을 포기하지 않고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이 둘은 한국 록발라드가 내놓을 수 있는 보컬-작곡(기타)의 가장 이상적인 조화를 보여주기에. 최 영 균 스포츠지 대중문화 전문 기자로 6년간 음악·영화에서 열정을 불태운 몽상가. 지금은 ‘킬러 콘텐츠’를 만든다며 매일 밤 담배와 커피를 벗삼아 지내고 있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