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들의 연기자 진출이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배우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끼 많은 배우들이 TV에서 가수 뺨치는 노래 실력을 선보이고 있는 것. 어지간한 가수들 실력에 뒤지지 않는 이들의 노래는 드라마에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KBS 2TV ‘태양의 여자’ 이하나와 SBS ‘달콤한 나의 도시’ 지현우. 극중 사월 역의 이하나는 준세(한재석 분)를 향한 사랑 고백과 연극배우 오디션, 밤무대 가수로 분한 연극 무대에서 ‘1994년 어느 늦은 밤’과 ‘연극이 끝나고 난 뒤’를 불러 눈길을 끌었다. 가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정확한 음정과 감정 표현으로 공감을 샀다.
방송 직후 그녀의 노래는 포털 인기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실제로 그녀는 연기자 데뷔 전 가수 지망생이었다. 이하나는 이 여세를 몰아 10월 17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2008’에 가수로 나선다.
배우 지현우는 그룹 넛츠의 멤버이기도 하다. 지현우는 SBS ‘달콤한 나의 도시’의 달콤한 연하남 태오 역할을 맡아 직접 기타를 치며 7살 연상인 은수(최강희 분)에게 ‘205호 처자송’을 불러 누나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205호 처자에겐 비밀이 하나 있지. 태어나서 한 번도 안 치운 방에 산다네…그러면서 머리는 잘 감는다네. 그러면서 샤워는 또 매일 한다네.’ 아기자기하고 현실적인 가사와 멜로디는 작가와 지현우의 합작품.
방송사 음악 토크쇼에서 종종 영화 홍보를 위해 나선 배우들이 뜻밖의 노래 실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최근 SBS 뮤직토크쇼 ‘김정은의 초콜릿’에 출연한 영화 ‘님은 먼 곳에’의 여주인공 수애는 개다리춤도 추고 ‘이프 유 원트 미’(If you want me)를 불러 눈길을 모았다. 31일 개봉하는 영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주연배우 한석규도 방송에서 강변가요제 출신의 출중한 노래 실력을 선보였다. 드라마 ‘일지매’의 이준기도 ‘초콜릿’에서 감춰뒀던 노래 실력과 춤을 드러내 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유나 기자 ly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