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편지]고무장갑과미끄럼틀

입력 2009-01-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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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어도 땀이 흘러내리는 여름날 아침 엄마는 수돗가에 앉아 큰 대야에 온갖 그릇을 집어넣고 설거지를 하고 있었고, 여섯 살쯤 보이는 아들은 마당 한 켠에 있는 색 바랜 플라스틱 미끄럼틀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한참 동안의 설거지를 막 마치고, 이마엔 흥건히 땀이 맺힌 채 엄마는 빨간 고무장갑을 벗으려고 애를 씁니다. 손에 짝 달라붙은 고무장갑을 아무리 잡아 당겨도 잘 벗겨지지 않자 짜증을 내며 말합니다. ”도대체 이건 누가 만들었기에 이렇게 불편하게 만들었어?” 미끄럼틀 위에 앉아 있던 꼬마도 한마디 합니다. ”엄마, 이 미끄럼틀 고물이야, 밑으로 내려 가지 않아, 새로 사줘, 응?” 엄마는 버럭 큰 소리를 지릅니다. ”빤스를 입어, 맨 엉덩이로 그게 내려가니? 내려가?” 물 묻은 손으로 고무장갑을 벗으려고 하는 거나 맨 엉덩이로 플라스틱 미끄럼틀을 타는 거나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아이들은 책보다 생활에서 더 많이 배우고 선생님보다 부모님으로부터 더 큰 가르침을 받습니다. 아이들이 부모의 거울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닙니다. 부모의 좋은 면만 보고 배우면 좋으련만 아이들은 판박이처럼 부모의 모든 면을 닮아갑니다. 보낸 이 : 이형준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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