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여행으로 시작한 여정은 이탈리아에서 프랑스로, 다시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로 이어지면서 3년을 채운다.
“부르고뉴의 한 레스토랑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는데 맞은 편 테이블에 있는 아저씨도 혼자 먹고 있더라고요. 합석을 했고, 와인 얘기를 하다 그 아저씨를 따라 DRC에 갔죠. 점심부터 9시간 테이스팅하는데 손을 못 놓았어요. ‘로마네콩티’를 버티컬로 4개 빈티지를 테이스팅했는데 화려한 향에 미치는 줄 알았죠. 시음이 끝난 후 알았는데 그 아저씨는 호주 애들레이드 인근 대학에서 와인을 가르치던 분이더라고요.”
와인을 공부하고 국내로 돌아온 그는 2004년 현재의 ‘르까뱅’을 오픈했다. 인근에 걸어 다니는 사람이 없어 주위의 걱정이 많았지만 동호회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자리를 잡았다.
“싸이월드 동호회 ‘와인과 사람’의 도움이 컸어요. 음식을 곁들인 시음회를 많이 했고, 한번 오신 분들이 다시 오면서 손님이 모이기 시작했어요. 청바지를 입고 손님에게 편하게 접근하니까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는 와인에 대한 느낌을 자신의 경험에 비춰 자연스럽게 표현하기를 권한다. “예를 들어 시골에서 살던 분은 ‘칡뿌리 같다. 메주 뜰 때의 향이네’라고 말할 수 있어요. 이런 느낌이 오히려 공감돼요. 굳이 전문가의 테이스팅 노트를 보고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 없어요.”
글·사진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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