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근“정치NO!…난배우일뿐이고”

입력 2009-03-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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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몇년간정계진출소문만무성…은둔생활중꾸준히연기활동펼쳐
문성근(56)을 생각하면 본업인 연기와 함께 다른 여러 가지 이미지가 떠오른다. 인기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부터, 노무현 대통령을 후보자 시절 울린 유명한 지지 연설, 1989년 북한을 방문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회운동가 고 문익환 목사의 아들이라는 것. 몇 년간 많은 소문이 그를 뒤따랐다. 정부에 입각한다는 것에서 선거에 곧 출마한다까지, 배우보다 선거, 정치와 관련된 뉴스에 더 이름이 오르내렸다. 하지만 배우 문성근은 “오해를 피하고 싶다”며 은둔했다. 그러면서도 연기 공백은 없었다. ‘오로라 공주’, ‘한반도’, ‘퍼즐’, ‘수’ 등 영화 출연은 꾸준히 했다. 대신 자신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최근 문성근은 영화, 지상파, 케이블까지 넘나들며 연기에 전념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데뷔 후 가장 바쁘다. 19일 개봉되는 영화 ‘실종’(감독 김성홍·제작 활동사진)은 꽤 오랜만에 주인공을 맡은 영화다. ‘실종’은 연극배우시절부터 갈고 닦은 문성근의 카리스마 넘치는 리얼리티 연기가 돋보이는 강렬한 스릴러다. 드라마 ‘자명고’를 촬영하느라 하루 건너 밤을 꼬박 지새는 그를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서 만났다. 문성근은 “한 4∼5년 산에 다니며 늦게 깨달은 게 많다”며 웃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압박이 있었는데 그 강박을 놓았어요. 그래서 결론은 ‘독립영화, 단편영화, 드라마, 미니시리즈까지 다 해보자’였습니다. 돌아가신 차범석 작가가 옛날에 그러셨어요. ‘나이가 들면 오라는데 다 가라. 그게 보답이고 기여다’. 그 말씀이 이제 와 닿아요” ‘실종’의 살인마를 보면 진행자로 활약했던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빼 놓을 수 없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그가 수차례 고발했던 범죄를 영화에서 직접 연기했다. “맞아요. 한 번도 ‘그들의 입장에서 서 본 적은 없었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사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본업인 연기에는 득이 되지 않았어요. 똑똑한 척 각종 부조리를 고발하던 얼굴로 다른 곳에서 악랄한 캐릭터를 연기하니 모양새가 좋지 않았죠.” 문성근은 영화에서 아픈 노모를 돌보는 순박한 시골 중년남성의 모습과 가축을 때려잡듯 살인을 하고 여자를 감금해 성적 노리개로 삼는 살인마를 연기했다. 감정에 깊이 몰입된 그에게 여주인공 추자현과 촬영 스태프는 공포감을 느낄 정도였다. “저도 촬영장을 떠날 때 지옥에서 벗어나는 느낌이었어요. 감독과 함께 ‘살인마를 절대 미화하지 말자’, ‘자신의 쾌락 이외에 아무것도 관심이 없는 그들의 악독함 그대로를 보여주자’고 생각했습니다” 본업으로 돌아와 “기분 좋다”는 그에게 작심하고 물었다. ‘여전히 관심을 받고 있는 정계진출에 대한 미련은?’ 어느새 환갑을 앞둔 나이가 된 그는 웃으며 말했다. “무엇을 바라고 한 게 아니었고, 선거운동 뒤 직업을 바꾸지 않겠다고 약속도 했죠. 자원봉사라고 생각했는데 본업에 득은 하나도 없고 실만 많았어요(웃음). 30년 넘게 해온 소중한 일 마지막까지 열심히 하고 싶어요.”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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