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드라마여 박수칠 때 떠나라

입력 2009-11-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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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50회를 예정했다가 12회를 연장 방송 중인 MBC ‘선덕여왕’. 하지만 미실 역의 고현정은 연장 없이 50회에서 죽음을 맞고 물러났다.

사진제공|MBC


드라마 연장 방송은 더 이상 특별한 얘기가 아니다. 드라마 늘이기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언젠가부터 ‘16부작’, ‘50부작’ 등 사전에 정해진 방영 횟수는 무의미해졌다.

드라마 연장 방송은 무엇보다 높은 시청률에 힘입는다. 인기 드라마의 연장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좀 더 채널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방송사의 편성 전략은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또 후속작 준비가 미비해 방송 중인 드라마를 연장 방송하기도 한다.

실제로 현재 전파를 타고 있는 드라마 가운데 시청률 20%가 넘는 작품들은 대부분 연장 방송을 택했다. MBC ‘선덕여왕’은 이미 당초 방영 계획분인 50회를 넘어 12회 연장 분량을 방송 중이다. SBS ‘그대웃어요’ 역시 16부 연장을 확정했고, KBS 1TV ‘다함께 차차차’도 약 25회분을 더 늘여 방송할 예정이다. ‘선덕여왕’과의 정면대결을 피해 오후 8시대로 편성 시간을 옮긴 SBS ‘천사의 유혹’이 1회를 연장했다는 소식은 뉴스도 되지 않는다.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의 방송 분량을 늘여 조금이라도 수익을 남기려는 방송사와 제작사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된다. 또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더욱 풍성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다면 시청자들에게는 더없는 즐거움일 터이다.

하지만 최근 연장 방송된 대부분의 드라마는 특별한 에피소드의 추가 없이 기존의 전개 내용을 지루하게 늘이기만 해 시청자들로부터 ‘무리수’라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올해 초 방송된 SBS ‘아내의 유혹’이 그러했고 ‘조강지처클럽’, MBC ‘에덴의 동쪽’, KBS 1TV ‘너는 내 운명’ 등이 모두 연장 방송 이후 기대 이하의 평가를 받아야만 했다.

물론 현재 연장 방송을 결정한 드라마들이 그런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또 이 드라마들은 모두 여전히 시청자들의 시청권 안에 안정적으로 머물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가파른 제작 일정에 허덕이는 현 드라마 제작 시스템 안에서 연장 방송이 결정되고 그에 따라 미리 기획되지 않은 이야기를 단순히 늘이는 것에는 모험이 따르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SBS 수목드라마 ‘미남이시네요’는 애시청자들의 거센 연장 요구에도 26일 종영해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KBS 2TV ‘아이리스’ 역시 시청률 30%를 돌파하며 매회 화제가 되고 있지만 당초 기획한 20회를 끝으로 12월 중순 막을 내린다.

어렵게 쌓아올린 드라마 인기의 탑을 괜한 욕심으로 허무하게 무너뜨리는 것보다 박수칠 때 떠나는 게 때론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 ‘미남이시네요’와 ‘아이리스’의 퇴장은 그런 점에서 의미 있어 보인다.

최근 연장 방송을 결정한 드라마들이 더욱 신선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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