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男이 뮤지컬女를 만날때…

입력 2009-12-21 14:10:38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뮤지컬 ‘굿모닝 러브타운’의 주연을 맡은 문진아(위)와 정지환. 성악을 전공한 두 사람이지만 뮤지컬의 또 다른 매력에 푹 빠졌다.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오페라男 정지환 “가장 높은 음이 ‘미’ … ‘뮤지컬女’ 없으면 난 못했죠”
뮤지컬女 문진아 “오페라男 사람냄새 폴폴…이번 무대 예감이 좋아요”
이 일(문화담당)이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는 신인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갓 오븐에서 나온 쿠키처럼 바삭바삭(죄송!)한 신인들일수록 재미있다. 30~40분 남짓 얘기를 나누고 스튜디오에서 사진 찍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정도만으로도 ‘흠, 앞으로 꽤 성장할 수 있겠는걸’하는 느낌이 올 때가 있다. 물론 그 반대인 경우도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정지환(27), 문진아(24)씨는 뮤지컬 ‘굿모닝 러브타운’의 주역이다. 이 작품은 오 헨리의 단편소설을, 그 중에서도 대표작인 ‘크리스마스 선물’과 ‘경찰관과 찬송가’를 엮어서 만들었다.

굿모닝 러브타운의 원제는 ‘The Gift of the Magi(동방박사의 선물)’. 한 겨울 동태처럼 꽁꽁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여주는 동화같은 뮤지컬로 알려져 있다. 1984년 12월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고, 이번에 한국어 라이선스로 처음 소개된다.

두 사람 모두 신인이지만 그 중에서도 정지환(짐 역)씨는 진짜 ‘왕초보’ 배우다. 성악을 전공한 그는 흥미롭게도 교회 성가대를 지휘하다가 기획사 대표의 눈에 띄어 발탁됐다. ‘코지판투테’, ‘리골렛토’, ‘피델리오’, ‘라보엠’ 등 오페라 무대에는 숱하게 섰지만 뮤지컬은 처음이다.

반면 나이는 어리지만 문진아씨는 ‘내 마음의 풍금’, ‘미스터 조’, ‘사운드오브뮤직’ 등 뮤지컬 배우로서의 커리어가 적지 않다. 굿모닝 러브타운 주역(델라 역)에 발탁되기 직전만 해도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뮤지컬 ‘스페셜레터’의 여주인공 순규 역을 맡고 있었다. 빠르게 성장하고 진화하고 있어 신인이라 말하기 미안할 정도다.

정지환씨에게 ‘오페라와 뮤지컬 무대의 차이’에 대해 물었다.

“오페라는 연출자라는 ‘절대권력’ 아래에서 조정이 되는 편인데 뮤지컬은 다르더라고요.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모두가 같이 움직여서, 같은 생각, 같은 눈으로 끌어내야 하죠. 일단 저 혼자 대사를 치는 부분은 하나도 없거든요? 다 델라, 소피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연기가 드러나죠.

대본을 보거나 거울 앞에서 아무리 연구해도 ‘상대가 받아쳐주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니다’란 생각을 참 많이 했어요.”

문진아씨 역시 추계예술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소프라노 출신이다. 뮤지컬을 하기 전엔 ‘마술피리’ 등 오페라 무대에 섰다. 성악가 출신들은 노래에 관한 한 아무 걱정이 없을 것 같지만 의외로 뮤지컬 입문 때 고생을 한다.

“(문) 발성법 자체에 차이가 있죠. 성악은 두성을 많이 써요. 온 몸을 다 써서 소리를 내야 하는데 뮤지컬은 다르거든요. 또 성악은 마이크 없이 본연의 목소리로 하지만 뮤지컬은 와이어리스 마이크를 착용하잖아요. 말하는 법, 발성이 달라질 수밖에 없죠.”

“성악가들은 자연스럽게 부르려고 하다가도 고음에 올라가면 확 티가 나더군요.”

“(정) 하하! 맞아요. 그런데 이 작품에서 제가 부르는 노래는 다른 뮤지컬처럼 가요스럽지 않아요. 약간 클래시컬하죠. 게다가 제가 부르는 파트가 낮아요. 고음보다 오히려 저음에서 가사가 안 들려 고생하고 있죠. 최고로 높은 음이 ‘미’라니까요.”

“연습실 분위기은 어떻습니까?”

“(문) 너무 좋죠. 이번 작품에는 신인들이 많아요. 그래서 더 풋풋하고 때 묻지 않았다고 할까요? 프로들은 자기 할 것만 딱 하고 어느 선을 안 넘어가는, 그런 게 있잖아요? 그런데 여긴 달라요. 예를 들어 소품이나 세트 움직일 때도 배우들이 오히려 솔선수범하죠. 열정이 많아요.”
“자! ‘칭찬합시다’ 시간입니다. 1분씩만 할까요?”

“(문) 정지환 배우는요 … (정씨가 ‘배우는 아직 아닌데’하고 끼어든다) 파트너를 아끼고 배려해줄 줄 아는 사람이에요. 사람냄새가 난다고 해야 하나. 소통도 잘 돼요. 같이 대사 맞추다가 제 생각을 얘기해주면 다음날에는 바뀌어 있더라고요. 물론 나름 고집도 있어서 안 바뀌는 것도 많지만요. 하하하!”

“(정) 진아는 뮤지컬계의 떠오르는 핵이죠. 전 정말 ‘생 초짜’잖아요. 진아 도움없이 제가 할 수 있는 건 노래뿐니까. 물어볼 때마다 짜증 한 번 안 내고 도와주니 고맙죠. 뭐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통하는 사이가 됐다고 해야 할지. 흐흐”

뮤지컬 굿모닝 러브타운은 내년 1월 7일부터 2월 24일까지 대학로 라이브극장에서 공연한다. 소극장에서는 보기 드문 베이비 그랜드피아노, 20여 종 퍼커션의 라이브 연주도 기대된다. 세상이 각박할수록 윤이 나는 작품. 올 한 해 열심히 뛴 우리 모두를 위한 ‘선물’ 같은 뮤지컬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