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이 침몰된 지난달 26일 백령도에 설치된 기상청 지진계에 감지된 파형. 세계표준시 기준 낮 12시 21분 59초(한국시간 오후 9시 21분 59초)부터 갑자기 충격파가 감지된 뒤 급격하게 사그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료 제공 기상청
■ 지진파로 본 천안함 침몰
폭발물 종류별 TNT 양 달라
北소행인지 판단 가능할듯
지난달 26일 오후 9시 21분 59초경 백령도 지진계에서는 비정상적인 파형이 짧은 시간 동안 감지됐다. 천안함 사고지역에서 발생한 지진파가 1초 뒤 감지된 것이다. 이 파형은 8초 정도 비슷한 규모로 지속된 뒤 조금씩 줄어들다 20초 후에는 완전히 사라졌다. 기상청 지진감시과 유용규 사무관은 “리히터 규모는 1.5로 TNT 약 145∼180kg을 터뜨린 폭발력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폭발물 종류별 TNT 양 달라
北소행인지 판단 가능할듯
천안함 침몰 당시 인공적인 지진파가 발생한 사실이 새로 밝혀지면서 기뢰나 어뢰에 의한 외부 폭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천안함이 암초에 부딪혀 침몰했다면 지진관측소에서 탐지할 만한 충격이 생길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 여기에다 천안함이 두 동강 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부적 손상을 가져오는 내부 폭발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지진파 종류 보면 인공 충격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해당 지역에서 지진파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은 세 가지다. 실제로 폭발이 일어나거나, 배가 암초에 부딪히거나, 배가 침몰해 해저에 닿을 때다. 이 중 배가 암초에 부딪히거나 해저에 닿을 때는 땅이 흔들리는 것이기 때문에 지진파의 진행방향에 수직으로 진동하는 S파가 강하다. 하지만 백령도 관측소에서 감지한 지진파는 진행방향으로 진동하는 P파가 강하게 관측됐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P파의 세기가 S파와 같거나 크게 나타나는 것은 인공적인 폭발이 발생했을 때”라며 “해저지진에서만 발생하는 T파도 관측돼 수중에서 폭발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T파는 파동이 물속에서 다양하게 반사돼 여러 개의 파장이 뒤섞여 긴 덩어리처럼 나타나는 지진파다. 과거 바다에서 하는 핵실험을 감지하기 위해 T파의 발생 여부를 감시하기도 했다. 홍 교수는 “S파보다 P파와 T파가 강하게 관측됐다는 것은 수중폭파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 충격 정도로 폭발 원인 추정 가능
전문가들은 지진파로 폭발 원인을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충격 정도를 폭발력으로 환산하면 어뢰나 기뢰의 종류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 김기선 광주과학기술원 해양정보기술(MT-IT)연구센터장은 “지진파는 인공적인 폭발인 만큼 폭발 당시 진도를 역산하면 폭발물 종류를 가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어뢰나 기뢰 종류별로 장착되는 TNT의 양이 다른 만큼 충격 정도에 따라 어뢰나 기뢰의 종류를 추정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이번에 나온 진도를 토대로 세계 각국이 생산한 어뢰나 기뢰의 TNT 용량을 조사해보면 ‘범인’을 대략적으로 색출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 소행인지, 아니면 우리 해군이 실수를 한 것인지 알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변수도 있다. 수심이나 바닷물 밀도, 지진파 진원과 측정 장소 간 거리 등에 따라 오차가 생길 수 있기 때문. 실제로 기상청은 이번 지진파의 폭발력을 TNT 145kg으로 본 반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170∼180kg으로 봤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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