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연기자 이승기-김현중 (왼쪽부터).
‘…구미호’ 이승기
훌륭한 사람들과
경쟁하고 비교 되는 건
설레고 긴장되는 일
‘…키스’ 김현중
가수 꼬리표 달고 연기
그 자체만으로 힘든일
서로 윈-윈 했으면
경쟁을 거치면 성장의 속도는 몇 배로 빨라진다. 성장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연예계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전쟁터다. 최근 연예계 맞수 혹은 라이벌로 떠오르는 스타는 단연 김현중과 이승기다. 가수 출신 연기자라는 공통점을 넘어 두 사람은 연예계에서 새로운 성공 공식을 만들고 있다. 김현중과 이승기는 단지 ‘꽃미남 스타’였다면 이룰 수 없는 드라마 시청률 40%대를 넘나드는 기록을 나란히 세웠고, 그 가능성을 인정받아 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서도 주가를 높였다. 가는 곳마다 팬들을 몰고 다니는 이들은 10대 아이돌 스타와는 또 다른 팬덤을 만들고 있다. 김현중과 이승기가 가요계는 물론 방송가와 광고계에서도 왜 ‘섭외 1순위’로 인정받고 있는지, 이들이 만들어가는 가능성을 ‘비교’와 ‘경쟁’의 구도로 살펴보자.
1. 자체비교: “비교 돼 영광이지만 선두 양보 못해” 욕심쟁이들
2. PD의 눈: 김현중 순발력 탁월…이승기 감성의 종합선물세트
3. CF 주가: 승기 중장년층에·현중은 젊은층에 인기 둘다 에이스
김현중(24)과 이승기(23)는 1일 밤부터 스타성을 검증받는 피할 수 없는 경쟁을 시작했다.
김현중은 1일 방송을 시작한 MBC ‘장난스런 키스’(극본 고은님·연출 황인뢰)의 주인공으로, 이승기는 8월 중순부터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극본 홍정은·홍미란·연출 부성철)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두 편 모두 각 방송사가 간판로 내세우는 미니시리즈다.
두 사람 중 누가 더 높은 시청률을 차지하느냐는 이들이 앞으로 펼칠 연예 활동에 대한 기대와 가능성을 점쳐 볼 수 있는 판단 근거다. 이 때문에 이들의 경쟁은 단순한 시청률 대결을 넘어 팬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까지 안겨준다.
● 김현중이 보는 이승기·이승기가 보는 김현중
대부분의 스타들이 그렇듯 김현중과 이승기도 서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일은 피하고 있다. 혹시나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가수로 출발해 연기자로 나서기까지 보여준 활동상에 대해서는 서로 용기를 북돋는다.
김현중은 최근 열린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이승기를 향해 “서로 윈-윈 하자”고 제안했다. “(이승기도)얼마나 힘들겠냐”고 운을 뗀 김현중은 “가수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은데 이승기는 이겨내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 둘 다 가수 출신, 발 연기 같은 말을 듣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기는 김현중과 비교되는 것에 대해 아예 신경을 쏟을 여력조차 없다고 했다. 그는 “언론에서 많이 비교하기도 하지만 드라마 촬영이 빠듯해서 다른 건 신경쓰지 못 한다”면서도 “다만 훌륭한 사람들과 경쟁하는 건 설레고 긴장되는 일”이라고 했다.
어쩌면 두 사람 모두 ‘비교’, ‘경쟁’이란 단어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채 ‘모법답안’만 내놓은 것인지 모른다. 김현중과 이승기 모두 서로를 응원하고 있지만, 내심으로는 드라마로 벌이는 치열한 전쟁터에서 ‘승기’(勝機)를 잡고 싶다는 의지가 묻어난다.
● 드라마 PD들이 보는 김현중 대 이승기?
김현중과 이승기는 지난해 출연한 드라마로 각각 시청률 40% 안팎의 성과를 거뒀다.
김현중은 첫 드라마 출연작인 KBS 2TV ‘꽃보다 남자’에서 순정남, 이승기는 SBS ‘찬란한 유산’에서 까칠하지만 속정이 깊은 캐릭터를 각각 자연스럽게 소화해 가능성을 확실하게 인정받았다. 그렇다면 두 명의 스타를 캐스팅한 드라마 PD들의 생각은 어떨까. 연출자들은 이구동성 ‘순발력’을 장점으로 꼽았다.
‘장난스런 키스’를 연출하는 황인뢰 PD는 김현중을 두고 “순발력이 탁월한 연기자”라고 평했다. 황인뢰 PD는 “만화 속에서 막 튀어나온 느낌”이라며 “김현중은 예능 프로그램인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처음 봤는데 승부근성과 순발력이 대단했다”고 첫 느낌을 밝혔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부성철 PD 역시 이승기가 갖고 있는 다양한 감각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이승기 안에는 웃음, 눈물, 멜로 등 여러 감성이 녹아 있다”고 평한 부성철 PD는 “마치 종합선물세트 같은 연기자”라고 했다.
● 스타성=CF모델, 김현중 대 이승기 각축
광고는 스타의 인기를 가장 예리하게 평가하고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야다.
김현중과 이승기는 광고계에서도 막상막하다. 광고모델을 맡은 브랜드의 개수로 본다면 9개인 이승기가 4개인 김현중보다 한 수 위다. 하지만 그동안 김현중은 그룹 SS501에서 활동해왔고 최근 몇 개의 브랜드와 모델 계약을 앞둔 점을 감안할 때 간단하게 우위를 가리기는 쉽지 않다.
이승기는 현재 삼성전자, 국민은행, 한국화장품, 청정원 등 9개 브랜드의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전자와 은행, 화장품, 식품에 이르기까지 ‘광고 빅5’ 가운데 휴대전화만 뺀 모든 브랜드의 모델을 맡았다. 광고업계 한 관계자는 “이승기는 남동생 같은 친근하고 훈훈한 이미지가 강점”이라며 “ ‘장난스런 키스’까지 성공하면 지금 같은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중은 현재 삼성카드, 남성 슈트 엠비오, 캐쥬얼 베이직하우스 등 4개 브랜드 모델을 맡고 있다. 최근까지 삼성 휴대전화 광고모델로 활동했던 김현중은 현재 젊은층을 겨냥한 화장품 브랜드와 음료 광고모델 계약을 앞뒀다.
이승기가 중·장년 층 소비자에게 맞춘 브랜드 광고를 주로 한다면 김현중은 유행에 민감한 10∼20대 소비자를 겨냥한 광고의 단골 모델이다. 둘 중 누가 먼저 상대의 광고 진영으로 파고드느냐가 실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길이 됐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키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