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Q] 김윤진 “내년부터 美 활동 올인! 할리우드에 도전합니다”

입력 2010-12-29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영화 ‘심장이 뛴다’에서 다시 한번 모성애 짙은 연기를 펼친 김윤진은 내년 미국에서 출시되는 비디오 게임의 목소리 연기라는 새롭고 의미 있는 도전을 했다.

■ 영화 ‘심장이 뛴다’서 강한 모성애 연기

‘로스트’ 성공에 안주할 순 없어
아직 시나리오 받는 입장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오디션 도전할 것

이번 영화 “또 모성애냐” 말 많지만
당당히 남자배우와 대결구도라 OK
박해일과 절친 못된 게 유일한 아쉬움
“내년부턴 오랫동안 미국에 가 있을 것 같아요.”

김윤진(37)은 2011년 초 미국으로 다시 가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미국 인기 드라마 시리즈 ‘로스트’로 미국을 넘어 세계 210개국 시청자들이 얼굴을 아는 스타가 됐지만 그것에 안주하지 않을 생각이다.

김윤진은 자신에 대해 “아직 미국에서 영화 시나리오를 받아 볼 수 있는 위치의 연기자는 아니다”고 냉정하게 평가하면서 “매번 오디션을 봐야하는 상황인데 내년부터 좀 더 적극적으로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정된 길을 두고 이처럼 늘 모험을 꿈꾸는 김윤진은 올해 3월 드라마틱한 결혼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오랫동안 함께 일해 온 매니저 박정혁 씨와 결혼한 그는 신혼생활을 즐길 틈 없이 ‘로스트’의 마지막 시리즈인 시즌6 촬영에 참여했다. 이어 새 영화 ‘심장이 뛴다’(감독 윤재근) 촬영을 시작했다.

‘심장이 뛴다’에서 김윤진이 처한 상황은 신혼의 달콤함과는 거리가 멀다. 아픈 아이를 살리려고 납치까지 서슴지 않는 인물. 죽어가는 딸을 보며 절절한 눈물을 흘리는 모성애를 연기했다.

2007년 주연을 맡아 크게 성공한 ‘세븐데이즈’부터 지난해 말 ‘하모니’, 그리고 ‘심장이 뛴다’까지 벌써 세 번째 모성애 짙은 엄마 역이다. 김윤진은 얼핏 비슷하게 보일 수 있는 이 역들에 대해 “모성애는 늘 고민의 대상”이라며 “그래도 ‘심장이 뛴다’는 지금까지와 비교해 가장 현실감이 묻어나는 캐릭터”라고 강조했다.


● “남자배우들 틈에서 여배우 역할 찾기 어려웠다”

올해 유난히 남자 배우들끼리 주연을 맡은 영화가 많았던 것에 대해 김윤진은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다시 모성애 짙은 어머니를 맡다는 것이 고민스러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장이 뛴다’를 선택한 건 오랜만에 등장한 남·녀 배우가 서로 대결하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올해는 남자 두 명이 주연을 맡는 영화가 대세였잖아요. 남자, 여자가 대립하고 갈등하는 이 영화가 반가웠어요. 게다가 스릴러도 아니고, 안에 진한 드라마가 있어요. 100% 핸드 헬드 기법으로 찍는다는 것도 호기심을 자극했죠.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흔들리는 카메라 기법이 굉장히 궁금했어요.”

영화에서 김윤진이 맡은 연희는 부유한 영어 학원 원장. 남편을 먼저 잃고 심장이 약한 어린 딸을 꿋꿋하게 돌보며 사는 여자다. ‘심장이 뛴다’는 딸에게 이식할 심장이 필요한 연희가 뇌사상태에 빠진 휘도(박해일)의 엄마에게 심장 이식을 요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양아치’로 살던 휘도는 엄마가 의식을 잃은 게 자신 때문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엄마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김윤진은 상대역인 박해일을 두고 “제가 출연을 결심하는 데 결정적인 이유를 제공한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호기심을 유발하는 시나리오였는데 게다가 상대역이 박해일이라니 망설일 필요 없잖아요. 다만 같이 나오는 장면이 너무 적어서 막역하게 친해질 기회가 없었어요. 늘 함께 했던 남자 배우들과는 격 없이 친하게 지내는 데 이번엔 예외였죠. 지금도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가 고민되는 친구에요(웃음).”

김윤진은 쉽게 풀리는 캐릭터는 의도적으로 멀리 한다. 언제나 개성 강한 인물을 주로 맡고, 때문에 남들보다 두 세배의 감정이 더 필요한 연기를 한다. ‘심장의 뛴다’의 연희도 마찬가지.

김윤진은 “당당하면서도 현실감각이 있는 여자”라고 연희를 설명하며 “극한의 감정으로 시작해 끝까지 그 감정 그대로 이어가는데 한 장면도 쉽게 찍고 넘어간 적이 없다”고 했다.

“저는 행동으로 뭔가를 보여주는 캐릭터에 끌려요. 상대 연기에만 반응하는 역할은 매력이 없어요. 땅에 아무 것도 없는데 그냥 넘어지는 여주인공 캐릭터는 질색이죠. 하하.”

김윤진이 “출연료 한 푼 안 받아도 하고 싶은 작품”으로 꼽은 건 케이트 블란쳇 주연의 미국 영화 ‘노트 온 스캔들’. 여교사와 제자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과 여교사를 사랑한 또 다른 여교사의 애증을 다룬 영화다.

● “결혼하니 확실히 마음이 편해졌다”

김윤진은 내년 1월6일 개봉하는 ‘심장이 뛴다’ 일정에 맞춰 1월말까지는 한국에 머물 계획이다. 이후 곧바로 미국으로 간다.

“좋은 작품이 있는 곳에 가서 촬영하려고요. 마음을 열어뒀죠. 미국 영화에 적극적으로 도전해볼 생각인데 아직은 시나리오 몇 개씩 받는 입장은 아니니까 매번 오디션을 봐야 해요. 물론 ‘로스트’ 덕분에 드라마는 오디션을 보지 않아도 돼요. 남편도 저와 같은 생각이에요.”

“결혼하고 확실히 마음이 편해졌다”는 김윤진은 결혼하고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어?”, “뭐?”라는 물음이라고 했다.

“다른 방에서 일 하다보면 집에서 서로 부르고 찾는 일이 많아요. 그 때마다 ‘어’, ‘뭐’라고 소리치죠. 결혼하고 웃을 일이 많아졌고 예전보다 말도 많이 하게 됐어요. 연애할 때처럼 달콤한 순간을 더 느끼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는데 반대로 게임처럼 밀고 당기지 않아도 되니 좋아요.”

내년 미국에서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는 김윤진은 그 시작을 앞두고 최근 의미있는 일을 소화했다. 내년 출시될 미국 비디오게임 ‘트루 크라임’의 목소리 연기.

한 편당 4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비디오게임이 있을 정도로 시장이 큰 미국에서 한국 배우가 게임 목소리 연기에 도전한 건 김윤진이 처음이다.

“실사 영화처럼 스케일이 대단해요. 비디오 게임 시장도 어마 어마한데 미국에서 문화를 만들면 전세계 사람들이 관객이 되고 시청자나 게임 유저가 된다는 게 의미가 있어요. 그 문화를 만드는 데 저도 더 많이 참여하고 싶어요.”


● 김윤진은 누구?

1973년 생. 새로운 무대를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욕심많은 배우. 중학교 1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 보스턴대학교에서 공연예술학을 전공.

대학 졸업 후 미국 단편 영화들에 출연하다 한국으로 돌아와 1996년 MBC 드라마 ‘화려한 휴가’로 연기를 시작했다. 데뷔 초 ‘웨딩 드레스’, ‘예감’ 등 주로 드라마에 출연했다. 그가 스타덤에 오른 건 1998년 강제규 감독의 영화 ‘쉬리’. 정보원과 비극적인 사랑에 빠진 남파 공작원을 맡아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쉬리’ 성공 이후 ‘은행나무 침대2’, ‘예스터데이’ 등의 영화에 꾸준히 출연했지만 흥행에서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2002년 멜로 영화 ‘밀애’로 작품성과 연기력을 인정받아 그해 청룡영화상 여주연상 수상했다. 국내서의 안정된 활동을 뒤로 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할리우드 진출 기회를 모색하던 중 미국 유명 프로듀서 JJ 에이브럼스의 눈에 띄어 2004년 ABC가 방송한 드라마 ‘로스트’에 합류. 한국인 선 역을 맡은 김윤진은 드라마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전세계 210개국에 얼굴을 알렸다.

‘로스트’의 6개 시즌에 모두 출연했고 틈틈이 한국 영화에도 출연해 2007년 ‘세븐데이즈’로 흥행에 성공, ‘하모니’와 ‘심장이 뛴다’까지 쉼 없이 달리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