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 알고보면 편곡전쟁, 7人 뒤에는…

입력 2011-05-20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가수 박정현이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에서 조용필의 명곡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자신만의 색깔로 편곡해 열창하고 있다.

■ 명곡의 재해석, 그 치열함

임재범, 자신의 음악 이해하는 작곡가 하광훈과 호흡
김범수는 10년 지기 돈스파이크와 일주일 내내 작업
평가단은 편곡에 표심 좌우…편곡자는 저작권료 없어
장안의 화제인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는 가수다’)의 재미는 ‘노래 고수’들의 소름 돋는 가창력의 향연이다. 이를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그 ‘향연의 진미’는 익숙했던 명곡에 대한 가수들 나름의 ‘재해석’이다. 8일 방송분에서 임재범이 부른 남진의 ‘빈잔’, 이소라가 부른 보아의 ‘넘버 원’은 원곡과 전혀 다른 ‘재해석’으로 신선한 충격을 줬다.

‘나는 가수다’에서 가수들의 가창력을 두고 우열을 가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청중평가단이 순위를 매기는 것은 결국 원곡의 ‘재해석’, 즉 편곡에 따라 표심이 좌우되는 셈이다. 출연 가수들도 “편곡 싸움”이라고 입을 모은다. 평가단에게 신선한 충격을 줘야 하는 가수들은 참신한 편곡을 위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를 위해 가수들은 자신과 가장 호흡이 잘 맞는 작곡가와 함께 작업한다.

‘나는 가수다’를 통해 새삼 주목받고 있는 임재범은 작곡가 하광훈과 ‘재해석’을 위한 호흡을 맞추고 있다. 하광훈은 임재범의 깊은 음악세계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몇 안 되는 작곡가. 파격적인 편곡으로 충격을 줬던 ‘빈잔’의 경우 임재범이 평소 시도해보고 싶었던 30곡을 하광훈에게 들려줬고, 하광훈은 이를 들은 뒤 임재범이 원하는 색채를 정확히 만들어냈다.

임재범이 15일 중간평가에서 부른 윤복희의 ‘여러분’도 하광훈이 편곡을 맡았다. ‘빈잔’이 묵직한 편곡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면 ‘여러분’은 원곡의 기본 컨셉트를 최대한 파괴하지 않고 가스펠 느낌의 대중성 있는 곡으로 재탄생시켰다.

김범수도 임재범처럼 돈스파이크(본명 김민수)라는 편곡자와 작업했다. 김범수는 미션곡을 받은 후 일주일 내내 돈스파이크와 함께 편곡 작업에 매달려왔다. 김범수 소속사 관계자는 “10년 지기인 두 사람이 한 소절 한 소절 코드와 창법을 바꿔가며 불러 새로운 곡을 탄생시켜왔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소라의 ‘제발’, 민해경 ‘그대 모습은 장미’, 유영진의 ‘그대의 향기’를 자신의 스타일로 만들어내 호평을 받은 김범수는 22일 조관우의 ‘늪’을 부를 예정이다. “답이 안 나오는 편곡”이었다는 김범수는 가성으로 부른 원곡을 진성으로 부를 예정이다.

이소라는 10여년 동안 친분을 이어온 이승환, 정지찬과 번갈아 편곡 작업 중이다. 변진섭의 ‘너에게로 또 다시’와 ‘넘버 원’은 정지찬이, 박정현의 ‘나의 하루’는 이승환이 편곡을 맡았다. 화제를 모았던 보아의 ‘넘버 원’의 경우, 이소라가 록 콘셉트의 의견을 제시했고, 이승환은 이소라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간파해 5대의 기타가 어우러지는 어쿠스틱 록 버전을 만들어냈다. 이소라는 22일 이승환이 편곡한 송창식의 ‘사랑이야’를 부를 예정이다.

박정현은 독특한 케이스다. 작곡가와의 호흡이나 친분보다는 주어진 곡을 가장 잘 편곡할 것 같은 작곡가를 찾아 편곡을 부탁해왔다. 라틴풍으로 리메이크한 김건모의 ‘첫인상’은 데뷔 초부터 가수와 세션으로 호흡을 맞춘 안준영(건반)과 작업했고, ‘비오는 날의 수채화’는 작곡가 황성제,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는 나원주가 편곡을 했다. 22일 부를 부활의 ‘소나기’는 하림이 편곡을 맡았다.

그렇다면 이들 편곡자가 만들어내는 ‘재해석’과 ‘재탄생’의 대가는 무엇일까. 편곡자는 이렇게 ‘화려한 부활’의 감동을 주지만, 저작권료 지급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현재 ‘나는 가수다’에서 소개된 노래가 국내 대부분의 음원 사이트를 점령했지만, 작사·작곡가들에게만 저작권료가 지급된다. 대신 편곡자는 가수 측이 지급한 ‘편곡비’를 받는다. 이 편곡비는 물론 ‘나는 가수다’의 제작비 가운데 일부다.

사진제공|MBC
김원겸 기자 (트위터 @ziodadi)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