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내게로 왔다 발라드가 그립다 그래, 성시경이야!

입력 2011-09-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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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경이 팬들을 위해 “마음이고 선물”인 새 앨범을 3년 만에 내놨다. 뚜벅뚜벅 “원래 걷던 길로 다시 복귀하는 마음”이라고 그는 말했다. 사진제공|젤리피쉬

■ 12곡 꽉 채운 7집 앨범 ‘처음’ 들고 돌아온 성시경

빨리빨리 음반 내면 돈되고 좋죠
그런데 감성적으로 시간이 필요했어요
아이돌 홍수 속 열린 공연, 두차례나 매진
직접 부른 드라마 삽입곡은 상위권 랭크
성시경스러운 ‘따뜻하고 느린 음악’ 자신감이 생겼죠
1위로 음악방송 출연…민폐선배는 안될래요

어떤 일이든 처음은 막연히 설렌다. 가벼운 두려움도 성급한 기대도 공존한다. ‘처음’을 앞두곤 이렇게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이기 마련이다.

7집 ‘처음’이 발표되기 하루 전날인 14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가수 성시경도 이런 마음이었다. 오랜만에 앨범 작업을 하면서 “다시 신인이 된 기분”이 들기도 했고, “어리고 섹시한” 아이돌 가수들이 점령해버린 생경한 가요계 환경에서 “느린 노래”로 방송무대에 나서는 것이 멋쩍을 거란 생각도 하면서 컴백을 준비하고 있었다.


● “정규 앨범은 가수의 자존심이자 음악 팬에 대한 배려”

성시경이 2008년 6집 이후 3년 만에 가요계로 돌아왔다. 지난해 5월 현역 만기제대 후로는 1년 4개월 만의 작품. 무엇보다 군 복무 중에도 틈틈이 음반작업을 했다가 제대와 동시에 컴백하는 여느 ‘예비역 가수’와 다른 행보다.

“나쁘게 말하면 게으른 것이고, 좋게 말하면 감(感)에 따라 천천히 했어요. 연예인으로선 아쉽죠. 빨리빨리 하는 게 돈도 되고 좋은 건데요. 전 감성적으로 시간이 좀 필요했어요. 제대하고 이제 좀 자연스러워졌으니까요. 제대 직후엔 아무래도 경직돼 있었고 콤플렉스도 있었죠. 다시 잘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줄까, 요즘엔 나 같은 색깔의 가수도 없는데…. 아 너무 빠른 시대구나…, 하면서요.”

하지만 그는 “좋아해줄까, 요즘 나 같은 색깔의 가수도 없는데…”라는 자신의 생각이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우였다는 것을 깨닳았다.

아이유의 성공을 보며 꼭 아이돌 댄스 음악이 아니어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했고, 자신의 두 차례 공연 티켓이 모두 매진되고, 자신이 부른 드라마 삽입곡과 선 공개 노래가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것을 보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성시경은 디지털 음원들을 먼저 차례로 발표한 후 앨범을 내는 요즘 트렌드를 따르지 않고 ‘용감하게’ 12곡을 담은 앨범을 냈다.

“제 자존심이기도 하고, CD를 구입하는 마지막 사람들에 대한 배려이기도 해요. 어중간한 미니 앨범은 내고 싶지 않았어요. 제대로 된 음반이라면 기승전결을 갖춰야죠. 수요가 없다면 앞으로 CD를 못 낼 수도 있겠지만, 이번 앨범은 그냥 제 마음이고 선물입니다.”


● “누군가를 이기기보다 그저 내 길을 가고 싶어”

성시경은 5집부터 자신의 앨범을 프로듀싱했다. 이번에도 작곡가들을 찾아다니며 곡을 받고, 녹음과정을 일일이 다 지켜보며, “비어 있는 노래라 더 어렵고 매력 있다”는 발라드로 앨범을 채워나갔다.

성시경 본인을 비롯해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의 작곡가 강승원, 윤상 등이 작곡가로 참여했다. 박정현과 아이유는 듀엣 파트너로 호흡을 맞췄다.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소리를 배제하고, 실제 악기로 연주한 어쿠스틱 사운드로 따뜻한 질감을 살렸다.

“어쿠스틱 발라드의 마지막 세대로서의 책임감? 그런 건 없었어요. 그냥 좋아하는 음악이어서 했어요. 내가 싫어하는 곡을 단지 책임감만으로는 하지 않아요.”

이렇게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자신의 색깔로 발라드를 빚어냈지만, 전에 없던 ‘1위 욕심’이 생겼다고 한다. 자신이 방송 무대에 나서는 것이, 방송출연이 더 절실한 다른 아이돌 가수들에게 폐가 되지 않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성시경이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1위여서 나온다면 어린 친구들에게 덜 미안할 것 같아요.”

성시경은 이번 앨범을 통해 “뚝심 있게 자기색깔 내는 가수”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한 색깔을 가지고 이렇게 느린 노래를 하며 ‘역시나 성시경스러운 짓을 하는 가수”로 평가받고 싶다고 했다.

“이번 앨범은 다시 군대 가기 이전의 제자리로 가는 과정이에요. 긴 공백이 있었다고 무섭게 질주해 누군가를 쳐내는 것이 아니라, 원래 제가 걷던 길로 다시 복귀해 천천히 제 길을 가고 싶어요.”

성시경은 앞으로도, 굳이 대중성을 따지거나 어떤 책임감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 잘할 수 있는 음악으로 앨범을 만들 계획이다. 성시경이니까.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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