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우 “드럼 좀 친다고? 맨 뒤에서 에너지 폭발 나와 닮았다, 그 녀석…”

입력 2012-01-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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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듣는 미국 아역들 때문에 속 끓다 그만 미운 정 들었어요.” 영화 ‘파파’에서 미국으로 도망간 톱스타를 찾으러 갔다가 불법체류자 신세가 된 매니저 춘섭을 맡은 박용우. 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영화 ‘파파’로 돌아온 박용우…이 남자가 사는 법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담백하게 살아가면서요.”

배우 박용우(41)는 삶에서는 “변하기 싫다”고 했지만 영화에서만큼은 다르다. 멜로, 스릴러, 사극 등을 자유롭게 오가던 그가 이번에는 휴먼코미디로 관객을 찾는다. 2월2일 개봉하는 ‘파파’(감독 한지승)다.

미국에서 촬영 분량의 80%를 찍은 ‘파파’는 박용우가 할리우드 스태프와 시스템을 처음 접한 경험이었다. 그는 “언어나 문화적 차이보다 미국 제작방식의 엄청난 디테일에 놀랐다”며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박용우는 “행복하고 따뜻한 영화를 간절히 원하던 때에 만난 시나리오라서 한 번 읽고 고민없이 택했다”고 ‘파파’에 참여한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초 미스터리 ‘아이들’ 촬영을 마치고 받은 ‘파파’ 시나리오는 그의 마음을 훈훈하게 적셔줬다고 했다.


● 애틀랜타 땡볕에서 보낸 두 달

‘파파’에서 박용우는 유명 가수 매니저였다가 미국에서 불법체류자로 전락한 춘섭 역을 맡았다. 시민권이 필요한 춘섭은 미국인 육남매에게 접근해 가짜 아빠가 된다. 영화는 박용우와 육남매 중 한 명인 고아라의 호흡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대부분이 미국 스태프였고 (고)아라와 저를 빼면 연기자도 거의 미국인이에요. 춘섭은 영어를 못하는 설정이라 다행히 ‘오 마이 갓’ ‘예스 노’ 정도만 영어 대사를 했어요. 하하.”

촬영은 지난해 9월부터 10일까지 두 달 간 미국 애틀랜타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구름 한 점 없는 땡볕 아래서 피부가 검게 타도록 야외 촬영에 집중했다. 박용우는 “조금만 긴장을 늦추면 촬영이 멈출 것 같았고, 그러면 영화는 중단된다는 생각에 두 달을 긴장하며 살았다”고 했다.

그와 상대역 고아라와의 나이 차이는 열아홉살. 박용우가 지금까지 작품에서 만난 여자 연기자들 가운데 가장 어리다. 20년 가까운 나이 차이는 오히려 상대에게 먼저 다가설 수 있는 용기를 줬다. “자연스럽게 가까워졌어요. 아라는 저를 웃긴 사람으로 알고 있던데요. 원래 여배우에게 친하게 다가가지 못해요. 괜한 오해를 받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아라는 누가 봐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니까 오해하지 않겠다 싶어 먼저 웃겨줬어요. 이런 적은 처음입니다.”

영화에서 박용우가 키우는 육남매는 고아라를 빼고 모두 미국인이다. 언어소통이 자유롭지 않으니 충분한 대화가 불가능했고 자연히 박용우가 참아야 하는 때가 많았다. “한 번은 아이들을 혼내려고 ‘여기는 너희의 놀이터가 아니다’는 내용으로 영어 문장을 미리 외웠어요. 그런데 영화를 위해 또 참았죠. 이번 영화처럼 많이 참은 적은 없는데…. 신기한 게 그러다 미운정이 들었어요. 미운정이 더 무서운 거 아시죠?”


● 기타부터 드럼까지 화려한 취미생활

박용우는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수준급 드럼연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부드러운 이미지가 강했던 그의 색다른 모습에 더 뜨겁게 반응한 건 남자 팬들이다.

“몇 년 전에 송일곤 감독이랑 다큐멘터리를 찍으러 일본에 갔다가 음악을 하며 사는 분을 만났어요. 굉장히 인상적이었죠. 돌아와서 기타를 사서 만지다가 드럼을 시작했어요. 드럼은 저와 성향이 잘 맞아요. 굉장히 에너지가 넘치는데 악기들 중 맨 뒤에 있잖아요.”

박용우는 자신에 세간의 평가에 대해 앞으로는 유연하게 대처하고 싶다는 말도 꺼냈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사람들은 듣고 싶은 대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그동안 참았는데 자꾸 오해가 생기니 조금씩 표현하고 살려구요(웃음). 중요한 건 언제나 솔직하고 싶고 솔직해지려고 노력하겠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박용우는 이번 영화로 이루고 싶은 소망 두 가지를 밝혔다. 하나는 영화가 애틀랜타에서 개봉해 미국 스태프들이 영화를 보는 것. 그리고 영화 속 육남매가 모여 무대 인사를 하는 것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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