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DOOR&LIFE] 한발 한발 정복하는 쾌감 ‘몸짱은 덤’

입력 2013-07-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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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클라이밍은 15m의 수직 암벽을 제한된 시간에 높이 오르는 리드 클라이밍과 인공 암벽서 안전 장비 없이 주어진 과제대로 빨리 오르는 볼더링으로 나뉜다. 리드 클라이밍 도전에 나선 기자가 힘겹게 인공암벽을 오르고 있다.박화용 기자 inph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스포츠클라이밍’ 체험해보니

첫 홀드선 “까짓것” 내려오면 ‘땀범벅’
떨어져도 안전…재도전 욕구가 샘솟아

등반 전 부상예방 위한 준비운동 필수
상·하체 근육 총동원…전신 운동효과

‘꿈이 있다면 그 꿈은 오직 내가 실천할 때만 이루어집니다. 앉아 있지 말고 지금 나가 도전하십시오. 15cm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결심한다면 세상에 이루어지지 않는 일은 없습니다.’ 1989년 하반신 마비로 인해 오직 두 팔로 미국 요세미티국립공원의 험준한 암벽 엘 카피탄을 정복한 장애 산악인 마크 웰만의 말은 유효하다.

그동안 난 뭘 했던가. 꿈은 구겨진 휴지처럼 나뒹굴고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올라타 정신없이 달리고 있지 않았던가. 겉멋만 잔뜩 들었던 한 때의 꿈, 그것은 클라이밍이었다. 차일피일 미루다 암벽의 이끼조차 만져보지도 못했다. 내일을 기다리다 그 내일엔 묘지로 갈 수밖에 없는 일. 그래 ‘절벽’에 날 맡겨 보자.

서울 성수동 ‘K2 클라이밍&피트니스(K2 C&F). 2009년 문을 연 아시아 최고의 실내 인공암장. 그곳을 찾은 날은 비바람이 몹시 불었다. 마치 암벽 두려움에 떠는 내 마음 같았다. 암장의 문을 여니 알록달록한 점(홀드: 암벽 등반 시 잡고 올라가는 손잡이)들이 은하수처럼 박혀 있었다. 위를 올려다봤다. 10여 미터의 높은 천장엔 울퉁불퉁한 인공 구조물들이 날 노려보고 있었다. 탄성은 잠시, 곧 그 거대함에 주눅 들었다.

쭈뼛쭈뼛 거리자 깡마른 사내가 “어서 오십시오!” 하며 외마디 소리를 냈다. 지도 선생님인 K2 C&F의 김명수 스포츠클라이밍 인스트럭터였다. 김 코치는 “스포츠클라이밍 시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준비운동을 철저히 해야 한다”며 “준비운동은 약간 땀이 나는 정도가 좋다”고 했다.

폼생폼사. 클라이밍 도전에 앞서 제대로 된 클라이머 복장을 갖췄다. 아이더의 전문 클라이머를 위한 라인인 와이드 앵글의 의류를 착용했다. 까만 ‘7부바지’에 주황색 반팔 티. 착용감이 좋았다. 특히 스판이 좋아 마치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듯 팔 다리 활동이 자유로웠다.

오늘의 도전 과제는 12m 리드 클라이밍. (스포츠클라이밍은 15m 정도의 수직암벽을 제한된 시간에 높이 오르는 리드와 높이 5m 이내의 인공 암벽서 안전 장비 없이 주어진 과제대로 빨리 오르는 볼러링으로 나뉜다) 12m 직벽을 올라 정상을 찍은 뒤 내려오는 것이다. 김 코치는 “자, 이제 오르시죠” 하며 다짜고짜 하네스(안전벨트)와 암벽화를 착용시키고 빌레이(등반자의 안전을 위해 자일을 묶는 일)를 봐준다며 등반을 종용했다. 직벽에 붙어있는 첫 홀드를 잡고 힘껏 바닥을 차고 올랐다. 할 만 했다. 다시 팔을 쭉 벌려 위쪽에 있는 홀드를 잡았다. 손이 떨렸다. 다리를 뻗어 한발 한발 올랐다. 5m 정도 올랐을까. 온 몸은 비 오듯 땀이 흘렀다. 홀드를 잡은 손엔 힘이 빠져 더 이상 잡을 수 없었다. 안전장치를 했지만 머릿속엔 ‘추락=부상’이란 공식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악!”

홀드를 옮기는 순간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고 직벽에서 떨어졌다. 김 코치의 ‘확보’로 안전했지만 내 머릿속은 하얗게 변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한참을 쉰 뒤 다시 힘을 내 한발 한발 정상을 향해 올랐다. 그리곤 12m 맨 꼭대기를 손으로 찍었다. “완료!”라는 말로 등정 성공을 알렸다. 김 코치는 “하산!” 명령을 했다. 내리 오는 길은 로프를 타고 벽을 박차며 내려왔다. 신났다. 짜릿했다. 상쾌했다. 정상 등정 후 하산하는 맛이 ‘이런 거구나!’하는 느낌이 들었다. 바닥에 내려오자 온 몸이 땀으로 흥건해져 있었다. 클라이밍 시간이 불과 7∼8 분밖에 되지 않았지만 큰 산 몇 개의 봉우리를 등정한 것 같았다. 올랐던 벽을 보니 아득했다. 그 후 세 번의 리드 클라이밍을 성공한 뒤 일정을 마쳤다.

김 코치는 “스포츠클라이밍은 운동시간당 에너지 소모량이 어느 스포츠보다 높죠. 상체와 하체의 근육이 총 동원돼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균형 잡힌 몸매를 만들어 주는 신개념의 다이어트 운동이죠”라고 말했다.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 내내 실내암장 벽에 붙은 홀드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그리곤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래, 다음엔 볼더링! 그 다음에 실제 암벽에 도전!” 겁 없는 치기가 가슴 속에서 모락모락 올라왔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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