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경호 “똥배우 취급하는 아버지, 그래도 친구 같다”

입력 2013-11-02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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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갑자기 추워진 날씨를 원망하듯 “날씨가 미친 것 같다”는 말과 함께 웃으며 불쑥 나타난 정경호. 밝은 얼굴과 장난 끼 넘치는 미소에서는 욕쟁이 한류스타 마준규를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정경호는 배우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 영화 ‘롤러코스터’에서 욕쟁이 한류스타 마준규 역으로 파격 변신했다. 결벽증을 갖고 있으며, 배려와는 상관없는 인물이다. 어린 꼬마 아이에게 육두문자를 거침없이 날리고, 연예인 여자친구를 임신시키고도 모른 척 한다. 짜증을 유발하는 캐릭터다.

정경호는 전역한 바로 다음날 ‘롤러코스터’의 대본을 받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출연을 결정했다. 데뷔 10년 동안 코믹 연기를 한번도 하지 않은 그가 이번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우 형(그는 인터뷰 내내 하정우를 감독이 아닌 형으로 호칭했다)과 꼭 함께 작품을 하고 싶었다. 형이 대본을 주면서 ‘널 위해 썼다’ 고 하는데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었다”

정경호는 이번 영화를 통해 과감한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거친 욕설과 코믹 연기는 전역 전 경호에게서 볼 수 없던 모습이다.

“역할의 특징보다 연기를 잘 하는 게 더 중요했다. 평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영화를 만드는 건 신난 일이었지만 부담도 많이 따랐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연기를 못하는 동생이나 선배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코믹 연기인 데도 속으로는 진지함을 잃지 않았다.”

정경호는 인터뷰를 하면서 하정우 등 출연 배우들의 이름을 자주 언급했다. 그는 “정우 형을 비롯해 같이 출연한 많은 배우들이 10년 정도 알고 지낸 형들이다”며 “그 모임 중에 제일 막내”라고 말했다. 이어 “작품 때문에 욕을 할 수 있는 한 달이라는 시간을 부여 받았다. 실컷 욕을 했던 것 같다. 언제 형들에게 욕을 해보겠나(웃음)”라며 개구쟁이처럼 즐거워했다.

영화 ‘롤러코스터’는 하정우 식 속사포 개그가 녹아나는 작품이다. 배우들의 빠른 말투 속에 하정우 특유의 입담과 능청스러움이 드러난다. 자신의 색이 확실한 10년 지기 형 하정우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형은 디테일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캐릭터에 살을 붙여갔다. 내게는 제대 후 첫 스크린 복귀작이고, 형에게는 감독으로서의 데뷔작이라 두 사람의 열정이 잘 어우러져 호흡도 좋고 즐겁게 찍었던 것 같다.”



정경호는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방송계의 베테랑 연출가 정을영 PD의 아들이다. 방송계에서 호랑이로 소문난 그는 아들에게 어떤 아버지일까.

“정말 친구 같다. 여자 이야기도 서슴없이 하는 사이다. 하지만 칭찬에는 박하다. 수백 명의 배우들의 삶을 봐온 아버지는 배우의 인격과 예의범절을 항상 강조하신다. 그리고 여전히 날 ‘똥배우’라 부른다.”

“VIP 시사회 때 안 오신다는 걸 억지로 모셨다. 그날 밤에 얼큰히 취하신 목소리로 ‘너도 노력하는 배우구나’라고 한마디 해주시더라. 뭐 다음날은 또 똑같이 똥배우 취급당했다 (웃음)”

그는 “어린 시절에는 가정에 소홀한 아버지가 싫었고 자신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아버지가 미웠다”며 “어머니가 가장 불쌍하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 연기 인생이 길어지면서 아버지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고 덧붙였다. 아버지를 존경하는 아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롤러코스터’가 끝나고 차기작을 준비하는 동안 아버지와 여행을 가려고 한다. 마침 아버지도 쉬고 있어 지금이 딱 좋을 것 같다.”

올해로 만 서른. 10년 차 배우가 됐음에도 정경호는 자신에게 숨어있는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것에 목말라 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연기 스펙트럼을 더욱 다양하게 넓히고 ‘최선을 다하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란 목표가 있다.

“10년째 ‘정경호의 재발견’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데 기분 좋다. 배우라는 직업이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 최고인지, 못 받아도 연기를 잘해야 하는 것이 최고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계속 발견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동아닷컴 이슬비 기자 misty8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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