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예능의 미운 아이 ‘룸메이트’, 여전히 기대해야 하는 이유

입력 2014-08-03 09:49: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일요일 저녁 시간대 예능은 종종 '총성 없는 전쟁'에 비유되곤 한다. 트렌드를 제때 읽지 못하거나 시청자들의 요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했을 때에는 어떤 스타 MC도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또한, 제작진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논란이 불거져 곤욕을 치를 때도 있다.

SBS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이하 '룸메이트')는 앞서 언급한 일요 예능의 살벌함을 뼈저리게 느낀 프로그램 중의 하나다. 방송 초반부터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MBC '아빠 어디가' 등과 같은 미취학 아동들의 파상공세에 힘을 쓰지 못한데다가 연기자들을 둘러싼 논란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미운털만 박혔던 것.

그러나 최근 '룸메이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편성 시간대를 앞당기는 이례적인 초강수를 두는 한편 박봄의 방송분이 모두 소진되자 해외 특집을 방송하는 등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메뉴까지 마련한 것.

이에 대해 SBS의 한 관계자는 동아닷컴에 "최근 몇 달 동안 논란을 겪으면서 '룸메이트'가 충분히 액땜 했다고 본다. 시청률이 조금씩 상승세를 타고 있던 상황에서 박봄 밀수 논란이 일어서 이 프로그램도 손해를 봤다"면서 "당장 이번 주 방송부터 달라지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이런 제작진의 각오와 더불어 '룸메이트' 내부의 상황 또한 안정화되고 있다. 지난 단합대회 에피소드를 통해 '룸메이트' 멤버들은 졸음운전, 태도논란 등을 정면으로 돌파했다. 여기에 '룸메이트' 속 조세호와 나나의 관계도 점차 탄력을 받으면서 귀중한 러브라인의 불씨를 지켜냈다.

이밖에도 단합대회 에피소드는 '룸메이트' 멤버들이 점차 진짜 가족 못지 않은 유대감을 형성해가고 있다는 보여준 편이었다. 이처럼 온갖 풍파를 겪으면서 만들어진 유대감은 앞으로 시청자들이 '룸메이트'에게 의심하는 진정성을 해소해 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웃음은 누가 책임지게 될까. '룸메이트'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멤버 중 유일한 예능인으로 발탁된 조세호와 더불어 배우 이동욱의 활약을 꼽았다.

한 관계자는 "조세호는 멤버 중 유일한 예능인으로 웃음을 만들어 내는데 탁월하다. 또한, 그와 콤비로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는 인물이 이동욱"이라며 "두 사람은 '룸메이트' 촬영이 아닌 날에도 자주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받는 걸로 안다. 드라마 촬영이 끝난 이동욱이 '룸메이트'에 매진할 수 있게 되면서 이동욱-조세호 콤비의 활약이 더욱 빛나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룸메이트'는 일요일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질타를 많이 받았던 프로그램이다. 그만큼 제작진이 '룸메이트'에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의 말대로 '룸메이트'는 새로운 각오로 변화를 준비 중이다. 편성시간 변경이라는 초강수는 결국 콘텐츠로 재미를 주지 못하면 잠깐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혼낼 때 눈물이 쏙 빠지도록 만들고도 "다음에는 그러지 말라"며 따뜻한 포옹도 필요한 것처럼 시청자들도 '룸메이트'에 대한 안 좋은 편견을 조금씩 걷어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그동안 '룸메이트'에게 쏟아낸 말들이 단순한 안티성 댓글이 아니라 '애정 어린 충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룸메이트'는 미취학 아동들의 파상 공세를 견뎌내야 하는 상황이다. 단번에 시청률 1위로 올라서는 장밋빛 미래를 전망할 수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부디 논란만을 만들어 내는 예능이 아닌 일요 저녁 예능 전쟁의 당당한 선수로서 타 방송사 프로그램과 공정한 경쟁을 펼치는 상황이 만들어 지길 기대한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SBS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