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암살’-‘베테랑’(아래). 사진제공|케이퍼필름·외유내강
‘암살’·‘베테랑’ 잇단 흥행…영화계 우려
“관객 편식·대기업 독식…시장 위기 자초”
한 달 사이 누적관객 1000만 명을 모은 한국영화가 두 편이나 탄생한다. 15일 1000만 클럽에 합류한 ‘암살’(감독 최동훈·제작 케이퍼필름)에 이어 ‘베테랑’(감독 류승완·제작 외유내강)이 29일∼30일 사이 누적관객 1000만 명을 넘는다. 한국영화 관객이 연간 1억 명을 돌파한 2012년 이후 ‘상시 1000만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한 달에 두 편이 1000만 클럽에 진입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을 다룬 ‘암살’과 재벌3세와 형사의 대결을 그린 ‘베테랑’의 성공은 올해 심화된 한국영화의 흥행부진을 말끔히 털어낸 성과로 주목할 만 하다. 오락성을 기본으로, 메시지를 더한 작품성과 장르의 완성도까지 갖춰 관객의 전폭적인 선택을 받았다.
두 영화의 1000만 릴레이 흥행으로 8월은 연중최고 성수기란 사실도 입증됐다. 23일 기준 8월 한국영화 점유율은 65.2%(영화진흥위원회). ‘명량’이 흥행질주를 펼친 지난해 8월(77.9%)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 영화의 편식·흥행 양극화 우려
하지만 이 같은 흥행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 그 이면에 자리 잡은 관객의 영화 ‘편식’, 대기업 계열 멀티플렉스 극장체인의 노골적인 상업주의가 갈수록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영화계에서는 “시장 전체의 위기를 자초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암살’과 ‘베테랑’의 흥행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라는 점에서, 향후 관객의 특정 영화 편식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 두 영화는 티켓파워를 과시해온 스타의 출연, 검증받은 감독의 연출, 최대 성수기 개봉까지 ‘3대 흥행 조건’을 모두 갖췄다. 물론 관객이 좋아할 조건이지만 한편에서는 “패턴화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중견 영화제작자는 “작년 ‘명량’이 7∼8월 극장 규모를 키웠고, 올해 두 편이 연달아 성공하면서 ‘여름=대작=대박’의 흥행공식이 더욱 확고해져, 이를 따르려는 움직임도 많다”며 “냉정한 시장논리로 볼 수 있지만 ‘명량’ 이후 극장가 비수기와 성수기의 흥행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걱정스럽다”고 짚었다.
이런 우려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현재 활발히 제작 중인 영화 대다수는 100억원 규모의 대작이다. 총제작비 50∼60억 원대 중급영화는 찾기 어렵다.
또 다른 영화 제작자는 “사이즈 큰 영화로 성수기를 노려, 더 크게 흥행하자는 주의가 팽배해졌다”며 “대작은 리스크가 크고, 자칫 연달아 흥행에 실패하면 시장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상업주의 남고, 다양성 죽고
영화 한 편이 스크린 1000개를 싹쓸이하는 상황은 더 이상 ‘논란’이 아니다. 자주 반복되는 탓이다. ‘암살’과 ‘베테랑’ 역시 개봉 첫 주에 1000개가 넘는 스크린을 차지해 초반부터 흥행의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
한 중소규모 배급사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 한두 편이 흥행하면 극장으로 관객이 대거 몰렸고, 덩달아 박스오피스 3∼4위권 영화까지 수혜를 얻기도 했다”며 “지금은 ‘암살’과 ‘베테랑’이 거의 모든 극장 스크린을 채우다시피 해 동반흥행은 옛말이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공주’ 같은 다양성 영화도 흥행에 성공했지만 올해는 폭발력 강한 대작의 강세 속에 그마저 부진하다. ‘소셜포비아’(24만 명)가 저예산 독립영화로는 유일한 흥행작으로 꼽힌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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