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이규한 “윤종신과의 인연, 미래 그릴 수 있었다”

입력 2016-03-19 10: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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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사랑만 할래’(2014)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배우 이규한에게 직접 명함을 건넨 적이 있다. “소속사 관계자를 소개시켜달라”는 말에 “저는 혼자 일하고 있는데요”라고 답을 했기 때문이다. 다작하는 연기자였기에 당연히 소속된 회사가 있는 줄 알았다. 이후 이규한은 일명 윤종신 소속사로 대중에게 익숙한 미스틱 엔터테인먼트 산하 가족액터스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왜 혼자 일하다가 소속사에 들어갔는지 또 선택한 소속사가 왜 가족액터스였는지 궁금했다. 이에 그는 윤종신과 처음 만난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를 추억했다.

“소속사에서 10년 정도 있다가 혼자 일을 했어요. 혼자 있어도 작품이 들어오더라고요. 굳이 매니지먼트에 소속돼야하나 싶었죠. 소속사에 있으면 연예인으로서의 제 상품 가치를 고려해야하는 게 당연해요. 근데 저는 ‘내가 상품 가치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죠. 그래서 그냥 혼자 운전하면서 연기하러 다녔어요. 가족액터스와는 ‘라디오스타’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윤종신을 알게 됐고 제안을 주셔서 ‘이야기나 들어보자’는 마음으로 대표와 만났죠.”

서른여섯 동갑내기 대표와 만난 이규한은 “또래와 생각을 나누면 어떨까. 좋겠다”라는 심정으로 가족액터스와 일을 시작했다. 그는 “쉬지 않게 해달라. 나는 쉬고 싶지 않다”고 소속사 측에 요구했다.

“저도 나름 배우로 오랫동안 일을 한 사람이에요. 제 상품 가치, 솔직히 자신 없습니다. 만약 내가 어떤 소속사를 들어가게 된다면 나의 40대 모습을 그려줄 소속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 점에서 가족액터스와 소통이 잘 됐죠. 쉬지 않게 해달라고 했더니 너무 약속을 잘 지키더라고요. (웃음)”

그의 말처럼 이규한은 지난해 예능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며 열심히 일했다. 정극만 하던 이전 행보와는 전혀 달랐지만 그는 예능을 통해 대중과 친근하게 소통할 수 있었다.

“리얼 예능부터 패션 정보 프로그램 진행까지 안 한 예능 장르가 없는 거 같아요. 이왕 ‘예능 시작한 거 다 해보자’라고 결심했었거든요. 솔직히 ‘이용해봅시다’였죠. 예능 덕분에 인지도도 높아졌고 최근 종영된 SBS 드라마 ‘애인있어요’ 라는 작품까지 하게 됐어요. 수혜를 많이 입었죠. 감사해요. 처음에는 작품 활동을 하는 데 제약을 받을까봐 걱정되기도 했어요. 그런데 예능도 누군가에겐 삶의 터전이잖아요. 어쩌면 제가 누군가의 밥그릇을 뺏는 걸 수도 있고요. 대충하면서 피해를 주면 안 되죠. 실제로 경험하기도 했지만 누가 제 드라마 카메오로 출연해서 대충 연기하면 열 받거든요. 제가 예능에서 빼지 않고 요구하는 대로 임하는 이유죠.”

이규한은 예능 프로그램 속 유쾌한 모습을 인상 깊게 본 ‘애인있어요’ 최문석 감독 덕분에 백석 역할을 연기할 수 있었다. 특히 이규한 특유의 긴 속눈썹이 ‘애인있어요’ 배유미 작가를 사로잡았다.

“여자로 태어났으면 정말 좋았을 속눈썹이죠. 남자가 굳이.. 눈썹 길어서 뭐합니까? (웃음) 주로 작가님들은 ‘눈이 예쁘다’며 좋아해주세요. 항상 속눈썹에 관한 대사를 넣어주시죠. 근데 감독님들은 긴 속눈썹을 많이 싫어하세요. 위에서 찍는 각도에서 눈빛이 잘 안 보이니까 손해라고요.”

연출의 기술적인 부분이 빚은 아쉬움을 차치하면 이규한의 눈은 연기자로서 타고난 장점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개발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강점을 활용할 수 없는 법. 이규한은 연극영화과를 중퇴하고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연기를 배웠다.

“중퇴 수준이 아니에요. 고등학생 때부터 현장 일을 했고 대학 입학 후 학교를 안 나갔죠. 건방진 생각이었어요.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굳이 학문이 필요할까’ 지금은 후회해요. 기본기를 제때 연극영화과를 나온 친구들에 비해 훨씬 더 오랫동안 혼자 습득했어야 했죠. 중구난방으로 배웠어요. 지금도 한계를 느낄 때가 있죠. 다만 현장에서 배웠기 때문에 좋은 점은 카메라 앞에서도 정신을 다 잡을 수 있다는 거예요. 카메라가 주는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이쪽 일을 그만두는 사람을 실제로 보기도 하죠.”

배워야하는 시기를 놓쳐 이 자리에 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규한은 연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확신을 굳건히 지니고 있다. “꾸준히 하고 싶은 일이고 잘 버텼다고 생각한다”는 말에서 그가 가진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20대에 생각했던 30대가 된 제 모습은 이렇지 않았어요. 지금보다 더 안정돼 있고 깊이 있었죠. (웃음) 많이 못 미칩니다. 이제는 미래보다 현재를 즐기려고 해요. 목표만 좇으면 중간이 없어지더라고요. 허무하달까요? 연기자는 노력하는 만큼 성과를 거두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중년이 되면 지금보다 더 많이 안정돼 있으면 좋겠어요. 마흔 중반까지는 소처럼 일하고 그 다음에는 여유 있는 삶을 살고 싶죠. 저는 완벽주의 성격이라 계획한 걸 다 해내야 ‘안정됐다’고 봐요. 그 계획이 마흔 중반 정도는 돼야 완성될 거 같네요. 부디 저의 중년은 지금보다는 더 여유 있기를 바랍니다.”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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