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임진왜란1592’, ‘태후’급 관심을 기대해도 좋은 이유

입력 2016-09-02 09: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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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의 법칙] ‘임진왜란1592’, ‘태후’급 관심을 기대해도 좋은 이유
문화적으로도 한국과 중국이 편을 먹으니 일본이 발끈했다.

KBS1 5부작 드라마 ‘임진왜란1592’(극본 김한솔, 연출 김한솔, 박성주)는 KBS와 중국 CCTV가 함께 제작한 최초의 한국형 팩츄얼드라마다. 우리에겐 낯선 용어인 팩츄얼드라마는 대하드라마에 비해 분량이 짧은 게 일반적이고 극사실주의를 표방한다. ‘임진왜란1592’의 경우 철저히 이순신 장군이 치른 전투에 초점을 맞췄다.

1일 영등포구 여의도CGV에서 열린 ‘임진왜란1592’ 사전시사회에서 김한솔 PD는 “두 명의 감독이 한 작품을 만드는 건 정말 어렵다. 하물며 한중 합작은 어떠했을까. 파트를 나눠 제작했다. 임진왜란 중 중국의 이야기는 중국이, 한국 이야기는 한국이 제작을 맡았다”며 “뿌듯하고 큰 책임감을 느낀다. 중국 국영방송인 CCTV를 통해 13억 중국인들이 이순신 장군을 보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최대한 연출을 집중했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역사적으로 임진왜란은 일본의 대륙 점령 야망을 제대로 꺾은 전쟁이다. 근대 일본 역사가조차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겐 사형선고’라고 임진왜란을 평가할 정도다. 하지만 일본 교과서는 임진왜란을 ‘침략’이 아닌 ‘출정’으로 설명하고 전쟁을 통해 조선이 어떻게 망가졌는지를 기술한다.

일본에 굴욕을 안긴 ‘이 전쟁’을 드라마화했을 때 일본 업계 반응은 어땠을까? 김한솔PD에 따르면 한중 합작을 한다고 했을 때 일본 NHK 기자는 ‘반칙’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히려 일본 기자의 볼멘소리는 ‘임진왜란1592’를 객관화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이에 대해 김한솔PD는 “일본의 제작진 입장에서도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그 결과 우리는 기계적으로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일본을 객관적으로 다룬다”며 “3편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세계사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관전 포인트를 설명했다.

덧붙여 김종석 총괄프로듀서는 “논리 모순이지만 팩츄얼 드라마는 극사실주의 역사드라마다. 말, 행동은 상상력에서 비롯됐지만 이것조차 합리적 추론에 따랐다”며 “팩츄얼드라마답게 도요토미 히데요시 분량은 도요토미의 실제 발언과 그의 목격 기록 등을 바탕으로 연출됐다. 왜곡, 없다. 일본을 배타적으로 몰아간다는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했다.

드라마에는 KBS 시사교양국의 노하우가 집약돼 있고, 연기 구멍 없는 배우들은 작품의 완성도를 더했다. 시사를 통해 미리 본 2편은 실재감 있는 컴퓨터 그래픽 처리와 격렬한 전투의 생생함과 전장의 비장미를 더욱 울림 있게 표현한 배경음악으로 몰입감을 높였다.


이순신 장군 역할은 다수의 사극 작품에 출연해 ‘한반도의 역사’라 불리는 최수종이 연기한다. 최수종은 “나를 통해 한반도의 역사를 알 수 있다고 해줘 영광이다”라며 “이순신 역할 섭외가 들어왔을 때 고민을 많이 했고 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교양국에서 제작하는 다큐 형식 드라마가 우리 후배, 학생들에게는 영원히 남을 수 있는 작품이 되겠다 싶어서 선택했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특히 최수종이 연기한 이순신 장군은 기존의 근엄한 지휘관의 모습보다는 타고난 무인으로서의 역동적인 장군을 부각시키고자 했다. 이 때문에 최수종은 격렬한 전투 액션을 소화했다. 그는 “KBS 교양 다큐멘터리 팀이 만든 작품이다 보니 정해진 설명을 듣는 시간이 훨씬 더 길었다. 새로운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표현하되 글을 그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연기하기 힘들었다”고 작업 과정을 이야기했다.

이순신 장군과 대척점에 선 도요토미 히데요시 역은 배우 김응수가 맡았다. 김응수는 “말할 수 없는 감동, 분노, 눈물이 흘렀다. 내가 한 작품 중 최고의 작품이다. 남의 것을 탐하면 안 되겠다”고 작품을 본 소감을 전했다. 이어 “선이 있으면 악이 있어야 한다. 대본을 받고 1초의 주저함도 없었다.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성장 배경, 콤플렉스가 모두 들어 있다. 나이 때문에 대사를 잘 못 외우는데 대본 자체를 3번 만에 외웠다. 물론 제2의 모국어인 일본어로 대사가 쓰여 있기도 했지만 그만큼 대본이 흡입력 있다는 뜻”이라고 작품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임진왜란1592’가 기존에 만들어졌던 임진왜란 관련 콘텐츠와 가장 다른 점은 실제 이순신 장군이 왕에게 보내는 장계에 기록한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것. 그 중 귀선 돌격장 이기남은 방송 사상 최초로 소개된다. 이기남을 연기한 배우 이철민은 “방송에는 최초로 그려지는 인물이다. 섭외가 들어왔을 때는 망설였다. 소개된 적이 없어서 방향 잡기가 어려웠지만 감독님의 설명으로 만들어갔다. 이기남 장군을 조사하려고 해도 자료가 없다. 그래서 롤모델을 이순신 장군으로 하고 캐릭터를 연출했다”고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이 밖에도 귀선 제작자 나대용(정진 분), 노 젓는 격군이자 막둥이 아빠(조재완 분), 극 중 별명이 눈깔인 탐망꾼(백봉기 분) 등 사료에 적힌 실존 인물이 함께 한다.

임진왜란은 때로는 사실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역사다. 46전 46승, 세계 해전사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와 막전막후의 치열했던 평양성 전투를 모두 담아낸 작품, ‘임진왜란1592'는 오는 3일 밤 9시 40분 첫 방송을 시작으로 8일 밤 10시 2편, 9일 밤 10시 3편, 22일 밤 10시 4편, 23일 밤 10시 마지막 5편이 방송된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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