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배우’ 이병헌이 여섯 번째 할리우드 영화 ‘매그니피센트7’로 돌아왔다. 변함없이 이번에도 믿고 보는 강렬한 액션을 선보이지만 역할이 조금 다르다. 처음으로 선한 역할이다.

이병헌은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된 영화 ‘매그니피센트7’ 기자간담회에 홀로 참석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그는 먼저 “이 영화에는 많은 배우가 나오는데 나머지 여섯명은 다른 나라에서 각각 홍보하고 있다. 오늘은 혼자 나와서 인사하게 됐다”고 입을 뗐다.

이병헌은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나에게 다가오는 의미가 크다. 5~6살쯤 아주 어린 시절 아버지와 주말의 명화를 보면서 지낸 기억이 난다. 당시 ‘황야의 7인’을 보면서 ‘나도 커서 카우보이가 돼야겠다’고 꿈을 꿨다. 카우보이는 안 됐지만 배우가 되어서 이 작품의 7인 중 한명으로 출연할 수 있게 돼 의미가 남다르다. 영화를 선보이는 지금도 감동으로 다가온다. 정말 영광”이라고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영화 ‘매그니피센트7’는 정의가 사라진 마을을 지키기 위해 7인의 무법자들이 한데 모이게 되면서 통쾌한 복수를 시작하는 와일드 액션 블록버스터다. 이병헌은 이번 작품에서 미스터리한 암살자 ‘빌리 락스’로 열연했다. ‘빌리 락스’는 무법자들 가운데서도 특히 단도를 이용하는 액션에 능한 인물이다.


‘놈놈놈’에 이어 두 번째 웨스턴 무비에 임한 이병헌은 “서부극을 한번 찍어봤으니 말 타기나 총과 칼을 다루는 것 등에서 쉽게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놈놈놈’을 찍은지 오래 되어서 그런지 잘 안 되더라. 다시 연습하고 훈련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리고 한국에서 배운 말 타는 방식과 실제 서부극의 스타일에서 차이가 있더라. 내 몸에 배게 하는 훈련이 필요했다. 총도 더 무겁게 느껴졌다. 자유자재로 돌리면서 내가 손에서 가지고 놀 수 있게 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했다”며 “‘지 아이 조’에서 검을 써봤지만 새로운 스타일의 액션을 보여주고 싶었다. 새 기술을 연습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빌리가 싸우는 부분이 대본에 (구체적으로는) 그려져 있지 않았다. 스턴트맨 대부분이 말과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연기에 특화된 분들이었다. 그래서 칼로 하는 액션은 나에게 합을 맞춰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게다가 액션 신은 내가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예를 들어 마을 주민들을 훈련하는 장면은 ‘빌리가 마을 사람들에게 칼을 가르치고 있다’고 딱 한 줄만 적혀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병헌은 “연기와 액션만으로도 힘든데 합을 만들어가야 하니까 너무 힘들더라. 그래서 정두홍 감독에게 SOS를 보냈다. 3~4일 동안 정두홍 감독에게 많이 도움받았다. 액션 합에 아주 많은 부분을 적용했다”고 정두홍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간담회 중 굿나잇 로비쇼를 연기한 에단 호크와의 돈독한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병헌은 극 중 빌리와 굿나잇 로비쇼처럼 실제로도 에단 호크와 끈끈한 사이임을 과시했다.

이병헌은 “극 중 에단 호크와는 형제와 같은 의리를 자랑하는, 가장 친한 친구 사이다. 의도적으로라도 친하게 지낼 수밖에 없는 사이였다. 실제로도 많이 친해졌다. 촬영이 없는 날에는 함께 술도 마셨다. 에단 호크의 식구들이 놀러오면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며 “에단 호크는 아티스트적인 면이 강한 사람이다. 자신이 쓴 세 번째 책 초판을 나와 크리스 프랫에게 주더라. 의미 있는 선물을 받아서 고마웠다. 평소에 팬이었던 배우와 친구가 된 것 자체가 정말 행복했다”고 밝혔다.

‘매그니피센트7’로 한국 관객들에게 벌써 여섯 번째 할리우드 영화를 선보이게 된 이병헌. 그에게 ‘매그니피센트7’과 할리우드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이병헌은 “개인적으로 악역과 선한 역할에 대한 감흥이 나에게 남다르지는 않았다. 보는 관객에게는 악역과 선역이 기준점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연기하는 배우에게는 어설픈 선역보다 임팩트있는 악역이 매력적일 때가 더 많다”면서 “내가 한 빌리 락스는 1960년대 원작에서 제임크 코번이 한 역할이 한 역할이다. 굳이 동양인이 하지 않아도 되는 역할인데 제작진의 동의 가운데 나를 캐스팅한 것에 의미를 두고 싶었다. 그것이 내 스스로 만족스러운 성과가 아닐까 싶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서 무언가를 얻고 싶다기 보다 전작들처럼 조금씩 어떤 식의 영향이든 좋은 영향이 끼쳐져서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새로운 역할, 영화를 만나게 되는 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지금까지도 그랬듯이 어떠한 포부나 계획은 없다. 운 좋게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일을 하고 있다. 이상적인 배우의 삶을 살고 있음에 감사하다. 누구나 계획하고 야망한 대로 된다면 아마 모두가 야망을 가질 것이다. 나 또한 다음 작품에 대해 항상 불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기대하는 감정이 있다”고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숫기 없던 과거와 달리 ‘매그니피센트7’을 통해 스스로 새로운 신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꼈다는 이병헌. 할리우드에서 자신의 영역을 한 폭 더 넓힌 이병헌과 더불어 덴젤 워싱턴, 크리스 프랫, 에단 호크 등이 출연하고 안톤 후쿠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매그니피센트7’는 9월 13일 전야개봉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