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북마크] 갑갑한 ‘우리 갑순이’, 고구마 전개에 ‘상상임신’ 뿌리기

입력 2016-09-19 06: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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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갑한 ‘우리 갑순이’, 고구마 전개에 ‘상상임신’ 뿌리기

상상임신이라니. 고구마로 인해 꽉 막힌 식도에 미숫가루를 뿌리는 격이었다. ‘흙수저’ 주인공들의 ‘짠내’ 나는 러브 스토리에서 사이다 한 모금 들이키나 했더니 기가 막히는 전개가 등장했다.

18일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우리 갑순이’ 8회에서는 갑돌이(송재림)와 갑순이(김소은)가 각자 가족들에게 동거와 임신을 들키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갑돌이와 갑순이가 눈물로 사정했지만 집안 어른들은 두 사람의 결혼을 결사반대했다. 특히 두 어머니는 막말까지 쏟아내며 첨예하게 대립했다. 갑순이의 엄마 인내심(고두심)은 “우리 갑순이가 순진하니 만나줬지”라며 “나가서 물어봐라. 취직도 못한 지질이를 누가 만나 주느냐”고 따져 물었다. 갑돌이의 엄마 남기자(이보희)는 “시집도 못 간 처녀가 제 몸도 관리도 못한 책임을 누구 보고 지라고 하는 거냐. 남편 없다고 깔보지 말라”면서 “절대 이 걸로 우리 아들과 엮지 마라. 왜 우리가 책임지느냐. 누구 애인지 알게 뭐냐”고 폭언했다.

집안싸움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이 된 갑돌이와 갑순이. 두 사람은 문자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다독였다. 이들에게는 10년 동안 쌓아온 추억이 있었고, 임신과 갈등 이별 그리고 극적으로 화해하는 과정에서 지켜온 사랑과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갑돌이와 갑순이는 ‘상상임신’이라는 난데없는 전개를 맞았다. 전형적인 주말 드라마식의 황당한 전환 장치였다. 그럼에도 갑돌이는 “시험에 합격한 후 갑순이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 결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남기자는 수면제 소동을 벌였고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긴 갑돌이는 갑순이에게 이별을 고했다.

여주인공 갑순이의 임신은 ‘우리 갑순이’의 시작부터 인물들의 갈등을 유발하면서 극을 꿰뚫는 주요 장치였다. 그러나 이 임신이 갑자기 상상으로 증발하면서 모든 관계도 ‘리셋’돼 버렸다. 한순간 갈등 구조가 무너져 버린 것. 어렵게 재결합한 갑돌이와 갑순이의 관계는 그간 엎치락뒤치락하며 화해한 보람이 없을 정도로 허무하게 끝이 났다. 그동안 “갑갑하지만 그만큼 현실감 넘치는 ‘흙수저’ 커플 이야기”로 사랑받았기에 ‘우리 갑순이’의 ‘상상임신’ 뿌리기는 시청자들에게 더욱 큰 실망감을 안길 수밖에 없었다.

50부작의 반의반도 안 왔는데 벌써부터 화해와 이별의 무한 반복으로 시청자 지치게 만드는 ‘우리 갑순이’. 상상임신과 ‘기승 전 이별’로 멍투성이가 된 갑돌이와 갑순이는 앞으로 어떤 전개를 맞을까. [우리 시대 결혼과 부부의 삶을 긍정적으로 그려갈 가족 드라마]라고 소개된 ‘우리 갑순이’는 매주 주말 밤 8시 45분 SBS에서 방송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우리 갑순이’ 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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