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는 ‘공조’②] ‘미친 존재감’ 유해진 연기력이야 두 말하면 잔소리

입력 2017-01-26 10: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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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할 때, “두 말하면 잔소리”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배우 유해진의 연기가 그렇다. 잘하는 거 뻔히 아는데 또 그의 연기력을 언급하는 것은 두 말 하면 잔소리고 말해봤자 입만 아프다.

‘공조’에서도 유해진의 연기력이 빛났다. 유해진은 극중에서 평범한 남한형사 ‘강진태’로 분했다. 직업만 형사지, 집에서는 아내에게 잡혀 살고, 딸에게 스마트폰 하나 사주지 못하며 백수 처제까지 보살펴야 하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월급쟁이다. 그는 이 사람 냄새나는 강진태 캐릭터에 그의 넉살맞은 연기력으로 극의 활기를 불어넣는다.

오락액션이라는 장르에서 선을 긋자면 유해진은 ‘오락’을 맡았다고 할 수 있다. 일급기밀이라는 이름 하에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 분)과 형식적으로 공조수사를 맡게 된 강진태는 림철령의 임무를 방해하라는 윗선의 지시를 받는다. 그런데 이 방해를 하는 과정이 매우 인간적으로(?) 헐렁한데 여기에 유해진의 코믹 연기가 더해지니 금상첨화다.


강진태는 차기성(김주혁 분)을 잡기 위해 한시가 급한 림철령을 막기 위해 일부러 차가 막히는 길을 골라가고 그가 무엇을 하러 한국에 왔는지 알기 위해 도청용 휴대폰을 림철령에게 건네지만 “자신도 손전화(휴대폰을 토박이말로 만든 새 말)가 있다”며 철벽을 치는 그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해한다. 또 림철령에게 수갑을 채웠다가 자동차안에서 어쩔 수 없는 스킨십을 하게 되거나 “대한민국 형사는 서로를 알아보기 위해 이것을 차고 다닌다”며 전자발찌를 차는 강진태의 모습에서조차 유해진의 인간미 넘치는 연기력을 보게 한다.

유해진은 연기적으로 수많은 카드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단순히 사람을 웃기는 감초 역할로만 활약한 것이 아니다. ‘럭키’와 tvN ‘삼시세끼’를 제외하고라도 ‘그놈이다’와 ‘극비수사’(2015)는 각각 살인마와 실존인물을 표현해내며 결코 가볍지 않은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작품에 따라 그가 갖고 있는 카드를 적절히 내놓음으로써 극의 무게와 톤을 조절한다.

이번 ‘공조’에서도 유해진은 결코 튀거나 무거운 연기를 펼치지 않았다. 강진태가 하는 액션조차 재미가 있었으니 말은 다한 셈. 유해진은 인터뷰에서 “나까지 무거우면 영화가 재미가 없잖아요”라고 말한 것처럼 그는 현빈의 액션을 더욱 빛나게 해줬다. 이것은 ‘영화’라는 장르가 결코 혼자서 완성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유해진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해진의 존재감이 뚜렷한 것은 보나마나 부정할 수 없는 그의 연기력이 아니겠는가.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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