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제작진의 ‘파업 딜레마’

입력 2017-09-2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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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MBC 본부제공

드라마 한회 쉬면 향후 편성 지장
방송국 총파업 중 촬영 강행 고충


KBS와 MBC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지 3주가 경과한 가운데 드라마 연출자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연출자 대부분이 노조원이어서 총파업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고, 그렇다고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위해 무작정 제작에 손을 놓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파업 중에 촬영을 시작한 드라마의 경우 그 딜레마가 더욱 깊다.

드라마는 예능프로그램과 달리 1∼2회 방송이 연기되면, 향후 전체 드라마 편성 일정이 차질을 빚는다. 이미 기획 단계부터 방송 횟수를 정해놓고 제작을 하기 때문에 연장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계획한 대로 진행한다.

드라마는 1회 방송을 위해 기본 3∼4일가량 밤낮으로 촬영한다. 편집과정까지 거치면 그 시간은 더 길어지는 등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만큼 드라마 촬영에 차질을 빚으면 제작비 초과 등 여러모로 손실이 막대하다.

연출자는 드라마의 책임자로서 방송에 차질을 빚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야 하지만 노조원으로서 파업에 동참하지 않을 수도 없다. 동료들이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 단체행동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만이 촬영을 진행하는 행위가 의도치 않게 다른 뜻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드라마는 자체 제작보다는 외주 제작사에서 드라마를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 결방 사태 없이 비교적 차질 없이 방송되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각 방송사에 소속된 PD들이 제작하는 드라마는 촬영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한예슬과 김지석이 주연한 MBC ‘20세기 소년소녀’는 4일 촬영을 중단했다가 16일부터 재개했다. 또 하지원 주연의 ‘병원선’도 총파업으로 외부 인력으로 후반 작업을 진행했다. 결국 6일 중간 광고 시간에 10분가량 재난 방송을 내보냈다. 시청자들은 ‘방송사고’라고 생각했지만, 곧바로 제작진은 자막을 통해 “제작 지연으로 방송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파업이 길어지면 드라마도 언제 결방될지 모르다. 현재 방송을 앞둔 KBS 2TV 월화드라마 ‘마녀의 법정’과 수목드라마 ‘매드 독’이 이달 중순 촬영을 시작했고, 자제 제작이 많은 KBS 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 등은 외부 인력으로 대체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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