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자리 ‘4번’, 경륜 선발급 이변을 부른다

입력 2017-11-2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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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선수를 주목하라. 올 시즌 선발급 경주에서 선두유도원 퇴피시점이 4주회 타종선 사이로 늦춰지면서 초주 선행 의무가 있는 4번 선수가 우승판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

퇴피시점 늦추자 선수들 승부거리 짧아져
초주선행 의무 가진 4번, 연일 이변 성공


경륜 선발급에서 ‘4번’이 새로운 행운의 명당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 시즌부터 선발급 경주에서는 선두유도원의 퇴피시점이 기존 3주회 4코너에서 4주회 타종선 사이로 늦춰졌다. 특선·우수급보다 퇴피시점은 반 바퀴 늦춘 것이다. 전체 시속이 떨어지는 선발급 경기 진행속도를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초주 선행 의무가 있는 4번 선수의 경주 운영 전술이 바뀌며 우승판도에 영향을 주고 있다.


● “선발급 4번은 최고의 명당자리”

지금까지는 선두유도원이 물러난 뒤에도 결승선까지 2바퀴의 여유가 있어 경주 진행이 느슨했다. 하지만 퇴피시점이 늦춰지면서 승부거리가 짧아졌고, 선수들은 퇴피와 동시에 바로 승부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선두유도원 퇴피가 거의 타종시점과 맞물리다보니 자칫대열 뒤쪽에 자리를 잡은 선수들은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끌려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선두유도원 퇴피시점에 3·4번 째에 위치하지 못하면 차라리 초주 선행으로 나서 앞쪽에서 기회를 엿보는게 낫다고 판단하는 선수가 많아졌다.

또한 4번 선수의 초주선행을 풀어주는 경우도 빈번해지고 있다. 4번 선수는 경주시작과 함께 선두유도원 후미에서 퇴피시점까지 선행에 나서야 하는 선수로, 만약 다른 선수가 4번 선수의 앞자리를 차지하면 초주선행 의무는 없어진다.

예상지 ‘경륜박사’ 박진수 팀장은 “선발급은 초주선행에 묶여 있더라도 내선에서 받아가는 작전을 펼치기 용이하고, 웬만큼 선행력을 갖춘 선수들은 그대로 시속을 올리면서 버티는 경우도 자주 있다”며, “선발급 4번은 우수·특선급과 달리 대박을 부르는 명당자리”라고 설명했다.


● 4번 선수의 이변 행진은 계속될까

실제로 지난 2주간 선발급에서 나온 이변은 거의 대부분 4번 선수의 발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2일 광명 일요 1경주에 출전했던 4번 허은회는 함께 훈련했던 김유신에 의해 초주선행이 풀리자 막판 송곳 추입을 선보이며 우승후보 이제인을 3착으로 밀어내고 우승을 차지해 쌍승 14.6배를 선물했다. 3경주에서는 4번 임근태가 이변을 연출했다. 인기순위 꼴찌로 출전했던 임근태는 초주선행에 묶여 있었지만, 선행에 나선 한정훈에 이어 3코너에서 젖히기에 나선 9기 동기생 이응주를 상대로 막판 추입을 몰아치면서 역전에 성공해 쌍승 116.9배의 대박을 선사했다. 부산에서는 인기순위 3위로 출전했던 4번 엄재천이 강축으로 나섰던 정찬건의 선행을 젖히기로 훌쩍 넘어서며 우승해 쌍승 99.2배, 삼복승 120.6배가 터졌다.

44회차(11월17∼19일)에서도 4번 선수의 이변 행진은 이어졌다. 17일 광명 금요 2경주 4번 김기욱의 깜짝 선행 우승을 시작으로, 3경주 4번 설영석 선행 2착(쌍승 22.9배), 4경주 4번 박효진 선행 2착(29.1배) 등의연속 이변이 나왔다. 부산 7경주에서는 인기순위 6위로 출전했던 4번 정성기가 우승하며 쌍승 1097.5배, 삼복승 405.3배의 초대박을 터뜨렸다.

이밖에 18일 토요경주 부산 7경주에서는 초주선행을 벗어나지 못했던 4번 강양한이 선행승부한 김유신을 내선에서 받아간 후 강축으로 나섰던 이상현을 몸싸움으로 밀어내며 우승해 쌍승 32.4배를 선사했다. 창원 11경주에서는 초주선행이 풀린 4번 조창인이 한국체육대학 선배인 이동기의 젖히기를 결승선 앞에서 살짝 잡아내며 쌍승 74.0배의 이변 우승을 성공시켰다.

정용운 기자 sadzo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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