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허스토리’ 주역들이 부산에 떴다. 많은 울림을 전했던 ‘허스토리’의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7일 오후 부산시 해운대구 영화의전 전당 두레라움 광장에서는 영화 ‘허스토리’ 오픈토크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오픈토크 행사에는 배우 김희애, 문숙 그리고 민규동 감독이 참석했다.
이날 ‘허스토리’ 오픈토크는 김희애, 문숙, 예수정 배우가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예수정 배우가 참석하지 못한 것. 이에 MC는 “예수정 배우가 건강상의 문제로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희애는 영화를 촬영하면서 힘들었다고 느낀 부분에 대해 “부산 사투리가 너무 어려웠다. 이 캐릭터가 너무 멋졌다. 이런 배역이 그 전에는 없어서 덜컥 하기로 했는데, 사투리는 그냥 어미만 바꾸면 되겠지 했는데 사투리가 너무 도전이었다. 너무 엄살은 아닐까 마음속으로 뜨끔 하기도 했다. 주지훈 배우도 사투리 때문에 위경련이 났었다고 하더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그래서 부산, 창원, 마산 등 사투리가 다르다는 걸 처음 알았다. 비로소 영화를 완성하고 나서 보면서 이런 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연기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이 부끄럽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민규동 감독은 ‘허스토리’를 촬영하며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어떤 시선으로 접근하느냐가 중요한 출발점이었다. 기존 영화와 새로운 부분에 대한 고민도 컸다. 관부재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평생에 단 한 편 밖에 만들지도 모른다. 영화를 만들 때 단순 실제 재판에 관여됐던 인물이 아니라, 많은 재판에 참여했던 원고들의 이야기도 포함했다. 이외에 많은, 이름 없는 활동가들의 모티브로 활용해서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냥 역사 교육을 받는 느낌보다는, 나하고는 어떤 관련이 있는 문제라는 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문숙은 “우리는 더 밝고, 더 아름답고 힘차게 살아야 할 자유가 있다. 그 분들이 닦아 놓았기 때문이다. 우리도 후손들이 우리를 통해서 무엇을 배우고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요즘 미투 운동이 있는데, 이 분들이 오리지널 미투를 시작하신 분들이다. 우리 선조들의 아픔을 잊고 슬퍼하는 것으로 끝나지 말고, 씩씩하게 여성들이 마음껏 힘차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규동 감독은 ‘허스토리’ 일본 현지 촬영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예산이 작은 영화다. 어렵게 투자를 받아서 예산이 작았다. 로케이션도 있었다. 일본에 배우들이 못 갔다. 재판정은 세트로 연구하고 일본 느낌들을 찾아서 지었다. 실제 시모노세끼와 후쿠오카에 가서 촬영을 했다. 후쿠오카에서는 거리를 몰래 찍다가 경찰에게 걸렸다. 데이터를 몰래 숨기고, 안내하시는 분이 경찰서에 잡혀가기도 했다. 시모노세끼에서는 찍기로 한 날에 사고가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방문을 했는데, 독도처럼 생긴 음식을 식사 제공을 한 게 일본에서 크게 보도돼서 갑자기 촬영 취소 통보가 오기도 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마지막으로 김희애는 ‘허스토리’에 대해 “배우로서는 여배우들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남자배우들 위주의 영화다. 감독님께서 이런 작품을 기획하시고 만드셔서 열심히 해낼 수 있는 무대가 있었다는 게 행복했다. 우리 영화를 사랑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다. 작은 불씨가 돼서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나와서 우리도 기회가 많아지고, 다양한 영화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말했다.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 동안 오직 본인들만의 노력으로 일본 정부에 당당히 맞선 할머니들과 그들을 위해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로, 당시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을 만큼 유의미한 결과를 이뤄냈음에도 지금껏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관부재판'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 지난 6월27일 개봉했다.
한편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4일부터 13일까지 열흘간 부산 영화의 전당을 비롯해 부산 5개 극장 30개 스크린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이번 영화제에는 79개국 323편의 초청작이 상영된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은 윤재호 감독의 ‘뷰티풀 데이즈’다. 폐막작은 원화평 감독의 ‘엽문 외전’이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