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엄기준처럼…” 정희태, 무대로의 복귀를 꿈꾸며

입력 2018-12-04 09:5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DA:인터뷰] “엄기준처럼…” 정희태, 무대로의 복귀를 꿈꾸며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넘긴 베테랑 배우 정희태. ‘미생’ ‘라이프’ 등 그의 필모그래피 속 캐릭터들은 주로 사회생활과 처세술에 능한 관망자적인 역할이 많았다. 비중으로 따진다면 악행을 저지르는 쪽에 가까웠다. TV소설 ‘내 마음의 꽃비’에서는 야망 넘치는 바람둥이를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민족의 배반자를 연기했다.

하지만 이번 SBS ‘흉부외과’에서 연기한 마취과 교수 이대영은 달랐다. 전작 ‘라이프’에서처럼 의사 가운을 입었지만 전혀 다른 캐릭터. 정희태는 인간적이면서도 강단 있는 이대영을 카리스마 있게 표현해냈다. 특히 ‘흉부외과’ 13회에서는 불합리한 수술을 거부하고 수술실을 나가는 모습으로 통쾌한 ‘사이다’를 선물하기도 했다.

“‘라이프’에서도 의사 가운을 입었던 터라 조금 걱정했어요. 안과에서 마취과로 과는 달라졌지만 누가 되진 않을까 걱정했죠. 감독님이 ‘걱정할 거 없습니다. 성격이 다르니까 괜찮을 겁니다’라고 안심시켜주더라고요. 어쩌면 이대영은 거만하고 무례해 보일 수도 있는 인물인데 작가님이 캐릭터를 잘 구축시켜주신 것 같아요. 감사한 마음이에요.”

‘라이프’가 의료계의 정치 싸움을 심도 있게 그렸다면 ‘흉부외과’는 수술대 위의 진짜 의사들의 사명과 딜레마를 그린 작품. 정희태는 마취의 캐릭터를 위해 직접 관련 자료들을 수집하고 준비에 열중했다고 고백했다.

“대사에 관련 약품과 용어가 많아서 어렵고 힘들었어요. 제작진에서 관련 자료를 많이 주시긴 했지만 흉부외과 의사들의 이야기에 집중된 드라마다 보니 외과의 자료가 많았어요. 마취과 관련 서적과 자료들을 따로 구매해서 준비했죠.”

호평 속에 ‘흉부외과’를 마친 정희태는 차기작인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2: 죄와 벌’과 영화 ‘어린 의뢰인’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과 이들의 졸업 작품인 단편 영화 작업도 함께한다.

“작품 하나를 크고 길게 하고 나면 휴식을 취하는 배우들 있잖아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부분을 해갈하고 또 다른 작품으로 여유를 가지는 식이죠. 저는 좋은 영화 작업을 통해서 무뎌진 감각을 깨워요. 학생들과의 작품은 저를 리프레시 하게 만들어요. 또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는 공부의 과정으로 삼는 거죠. 같이 만들어가는 지점이 있잖아요. 학생들도 저도 함께 성장해나가는 느낌을 받아요.”


정희태는 무대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연극 무대로의 복귀를 꿈꾸던 그는 ‘흉부외과’ 촬영 당시 연극 ‘아트’를 병행한 엄기준을 추켜세우기도 했다.



“무대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엄기준을 보면서 존경스러웠어요. 힘들었을 거예요. 낮에 ‘흉부외과’를 촬영하다가 공연을 다녀오고 다시 촬영을 하곤 했거든요. 저도 기회가 되고 시간 조율이 가능하다면 어떤 작품이든 하고 싶은데…. 회사와의 상의가 우선일 것 같아요(웃음). 예전의 원캐스트와 달리 요즘은 더블 혹은 트리플 캐스팅도 있지만 연습 시간에 고정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다 보니까요.“

잠시 생각에 잠긴 정희태. 그는 무대 하나만 바라보고 살던 시절을 떠올리며 “돌아보면 즐거운 시간이었다. 힘들어도 무대에 곧 선다는 기대감 하나로 버티곤 했다. 다 같이 만들어가는 재미가 쏠쏠했다”면서도 “또 하라면 못 할 것 같다”고 웃으며 고백했다.

쉼 없이 다작 행보를 이어가는 정희태에게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을 물었다.

“이전까지 얄미운 캐릭터나 악역을 많이 했잖아요. 악역이 아닌 선역이더라도 강한 이미지를 남기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여운을 주는 캐릭터요. 평생의 목표이긴 한데 내년에 한 번 해볼까요? 하하. 여운을 남기는 배우이자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계속 연기를 해나가는 이유죠. 앞으로도 계속 공부해나가야죠. 연기를 그만둘 때까지는 계속 ‘가는 중’일 것 같아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다인엔터테인먼트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