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시라노’ 이규형 “대극장 주연 부담감 크지만 극복해야 성장”
‘비밀의 숲’ 윤세원, ‘슬기로운 감빵생활’ 한양, ‘젠틀맨스 가이드’ 8인의 다이스퀴스, ‘의사요한’ 손석기, 그리고 현재 공연 중인 ‘시라노’까지 배우 이규형의 필모그래피에는 엇비슷한 캐릭터가 하나 없다. 보통 특정 이미지로 사랑을 받으면 비슷한 맥락으로 시나리오가 많이 가는 법인데 말이다. 이에 대해 이규형은 “굳이 선택하지 않는다. 매력이 안 느껴져서”라고 답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뮤지컬 ‘시라노’를 선택한 이유는 “끌렸기 때문”이다. 2017년 초연 이후 2년 만에 돌아온 ‘시라노’에 대해 이규형은 “초연과 다른 변화가 있어 거의 새로운 작품이나 마찬가지였다. 기본적으로 무대를 즐기고 좋아하고 매년 공연을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창작을 즐겨하는 나로선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규형이 타이틀롤로 공연 중인 ‘시라노’는 프랑스의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 벨쥐락(1897)’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그는 화려한 언변과 뛰어난 검술을 지닌 난폭한 천재이자 사랑 앞에서는 아름다운 말과 글을 쓸 줄 아는 로맨티스트 ‘시라노’를 맡았다. 주연으로서, 특히 대극장의 주연으로서 부담감을 갖기도 했다.
그는 “넘버 곡수도 많지만 이걸 극복하지 못하면 그 다음으로 발걸음을 내딛지 못하지 않을까. 노력 중이다. 요즘은 잠을 다섯 시간 이상 자 본적이 없는 것 같다. 공연 마치면 집에서 ‘의사, 요한’ 대본을 보고 있다. 계속해서 고민하며 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규형이 이 작품을 택한 이유 중 하나는 고전 작품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세익스피어, 체홉 등 대학시절에는 많이 접했던 작품인데 사회에 나와서는 좀처럼 할 수가 없잖아요. 어릴 때 가장 좋아했던 뮤지컬 작품은 ‘맨 오브 라만차’였어요. ‘시라노’도 돈키호테에 영향을 많이 받은 인물이다 보니 덥석 물어버렸어요. 고전은 시대를 관통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게다가 제가 코미디를 좋아하는데 ‘시라노’는 희비극이잖아요. 두 가지 모두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도전을 하게 됐어요.”
‘시라노’는 어렸을 적부터 괴상망측하게 생긴 코 때문에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인물이다. 남들과는 다른 모습에 미운 오리 새끼처럼 차별을 받고 자라 이에 맞서 검술을 배우고 문학적으로 최고의 시인이 된다. 이에 대부분 괴짜 같은 모습으로 시간을 보내고 자신을 흉측하게 보는 사람들이 있다면 공격적으로 변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록산’에게 대하는 태도는 180도 다르다. 그는 한 사람이지만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사람들을 향한 방어는 더 강해지고 괴팍해지고 내면에는 분노가 강해지지만 록산을 대할 때는 벽이 허물어지고 어렸을 적부터 각인된 무의식이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변하죠. 다양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깊이가 있는 인물을 표현하는 것은 배우로서 상당히 매력적인 것 같아요.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크죠.”
‘시라노’는 외형적으로 길고 큰 코가 눈에 띈다. 코가 콤플렉스다. 극 중에서도 자신의 코를 보는 것 같은 사람들에게 “왜 내 코를 쳐다봐~”라며 칼을 들고 공격한다. 이규형의 코는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 묻자 “보여드릴까요?”라며 휴대폰에서 사진을 꺼내 보여줬다. 완성본은 아니었지만 꽤 편안해 보였다. 그 코를 낀 채 검술도 펼친다.
“전혀 무겁지도 않고 움직이고 숨 쉬는데 불편하지 않아요. 실리콘과 라텍스가 섞여서 되게 가벼워요. 특수분장팀에서 수고를 많이 하셨죠. 초연보다 전쟁 장면도 추가가 되는데 그 와중에 넘버도 소화해야 하는데 무대는 회전을 해요. 와~ 진짜 힘들어요. 게다가 가스콘 용병들이 나오는 장면은 거의 칼군무더라고요. 저 아이돌 된 줄 알았어요.”
이규형은 ‘시라노’의 무대에 대해 극찬하기도 했다. 그는 “뮤지컬은 ‘쇼’적인 분위기가 가미가 돼야 해서 어떤 연극이나 영화보다 ‘시라노’의 희극과 비극적인 부분을 극대화 시켰다. 진폭이 커 큰 매력이 있다”라며 “웃길 때는 엄청 웃기고 전쟁 장면에서 가스콘 부대가 함께 웅장하게 노래를 부르는데 마음이 울컷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라노’는 현재 이규형을 비롯해 류정한, 최재웅, 조형균이 맡아 하고 있다. 그는 “연습 때 조형균과 내가 막내이다 보니 먼저 이런 저런 의견을 내고 캐릭터를 그려나가면 류정한, 최재웅 선배가 전체적인 중심을 잡아주시는 편이었다”라며 “‘시라노’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너무 좋았다”라고 말했다.
“전 원캐스트보다 더블캐스트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발상의 전환도 되고 캐릭터에 대한 폭넓은 해석이 가능하게 되거든요. 그렇게 되면 관객들에게 더욱 풍부한 볼거리와 입체적인 인물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에너지가 더해지면 더 좋은 거 아니겠어요?”
함께 주인공으로 무대에 서는 류정한은 ‘시라노’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연습을 할 때는 오롯이 배우로만 모습을 비추다가 연습이 마치고 나고 지친 몸으로 스태프 회의에 들어가는 류정한의 모습을 보며 존경스럽다고도 말했다. 그는 “선배님을 보면서 저도 능력이 갖춰진다면 제작에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것은 두렵지 않으니까”라고 의욕을 보였다.
“요즘 콘텐츠의 흐름이 달라지고 있잖아요. 할리우드 배우들도 제작이 참여를 하고 감독님이 영화에 출연하기도 하고요. 우리나라도 마동석 선배가 회사를 통해 제작에 참여하시기도 하시잖아요. 배우들이 경험을 살려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같아요. 저요? 꼭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나이가 더 들어서 기회와 용기가 생긴다면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드라마를 통해 인지도를 높인 이규형을 보러 올 관객들도 많을 터. 그는 “처음에는 드라마로 저를 알게 되신 분들이 ‘저 놈 괜찮네’라며 ‘시라노’를 보러 오신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좋은 현상이다. 더 열심히 홍보해야겠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초연에 오셨던 분들은 더 새로워졌고 풍부해진 ‘시라노’를 경험하실 수 있으실 거예요. 또 처음 보시는 분들은 베이스가 코미디이니 어렵지 않은 내용이니 남녀노소 누구든 보러 오셨으면 좋겠어요. 깊은 고민을 던지는 작품은 아니지만 가벼운 웃음만 남기는 작품은 아닙니다. 정말 열심히 만들었으니 많이 보러 와주세요.”
한편, ‘시라노’는 10월 13일까지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CJ E&M, 에이스팩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