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반도’ 설계자, 연상호 감독에게 물은 ‘10문10답’

입력 2020-07-21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영화 ‘반도’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 의견이 분분한 영화 결말에 대해 그는 “보편적인 가치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사진제공|NEW

처음엔 예산 때문에 제작 손사래
홍콩 무대? 누아르 느낌 잘 살려
결말은 보편적인 가치를 담았죠
후속편은 저도 아직 상상만 해요
[이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콘텐츠 창작자를 단 한명 꼽으라면 단연 연상호(42) 감독이다. 애니메이션과 극영화 연출, 드라마 및 웹툰 작가를 넘나드는 그는 15일 영화 ‘반도’(제작 영화사 레드피터)를 내놓았다. 역시 초반부터 반응이 뜨겁다. 20일 현재 2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고 여름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발 빠르게 영화를 챙겨본 관객 사이에서는 ‘반도’에 대한 갖가지 궁금증이 오가고 있다. 개봉을 앞둔 13일 서울 삼청동에서 연상호 감독을 미리 만나 영화의 설계부터 작품 곳곳에 녹여낸 의도, 후속편 가능성까지 궁금증을 모은 10개의 질문을 던졌다. 그의 답변에는 막힘이 없었다.

- ‘반도’ 제작을 처음 반대했다는데, 이유가 궁금하다.

“‘부산행’ 준비할 때부터 ‘배타고 밖에서 건너오는 이야기가 재밌겠다’, ‘여자아이가 덤프트럭 몰고 좀비를 밀어버리면 멋있겠는데?’ 그런 아이디어가 모여 하나의 스토리로 쌓였다. 투자배급사에서 ‘만들어보자’고 강하게 밀었지만 반대했다. 예산이 너무 크니까. 250억원? 300억원? 정도 필요한 규모였다.(‘반도’ 총 제작비는 190억원이다) 한국영화는 주로 극장 매출을 기대하는데, 큰 예산은 모험이다. 제작비를 어떻게든 줄이고, ‘쥬라기공원’을 처음 봤을 때 받은 충격처럼 관객이 체험할 수 있는 영화로 구상했다.”


- ‘부산행’으로부터 4년 뒤 이야기로 설정한 이유는.

“계산해보니 4년 뒤 개봉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하하! 오프닝은 마치 ‘부산행 배 버전’처럼 시작하려 했다. 이후 주인공 정석(강동원)이 머무는 홍콩, 그 뒤 반도에서 준이(이레)가 등장하기까지 크게 세 가지로 설계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대재앙 이후 세계)가 요즘 게임에서는 핫한 장르인데, 한국영화에서도 과연 가능할까 싶었지만 동네에 쓰레기 던져놓고 대재앙이라는 식으론 만들기 싫었다.”


- 극중 한국 피난민이 정착한 곳이 왜 홍콩인가.

“한반도 주변국 중 하나여야 했고,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킬 곳이 아니어야 했다. 대만 아니면 홍콩이다. 어릴 때 홍콩 누아르 영화를 많이 봤는데, 그런 느낌이 필요했다.”

영화 ‘반도’의 배우 이레. 사진제공|NEW


- 김수안(‘부산행’), ‘심은경’(‘염력’), 이레까지, 여성캐릭터가 이야기를 이끄는 공통점이 있다.

“지금 영화를 보는 ‘새로운 관객’이 원하는 캐릭터는 입체성에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적극성이 도드라져야 한다. 강동원이 맡은 정석이 관객의 안내자라면, 이레가 맡은 소녀 준이는 적극적인 인물이다. 아이들은 특히 중요하다. 아이들은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정석에게 반도는 멸망한 세계일지 몰라도, 준이에게는 ‘살아가는’ 시대이다.”


- 말미 권해효의 대사 “미안해”가 인상적인데.

“제 아이가 6살이 됐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에게만큼은 불안한 마음이 없길 바라게 된다. 마음과 달리 6살 아이는 또 알아서 잘 크고 있다. 그렇다면 부모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염치를 아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 ‘미안해’라는 대사는 그런 의미다.”


- 결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극장에서 영화 보고 나오면서 ‘험한 꼴 봤다’고 여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하하! 가짜 희망을 보여주면 안 된다고도 여겼다. 결말은 일종의 ‘당위’일 수 있다. 어차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보편적인 가치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 자동차 추격 장면이 돋보이지만, 할리우드영화 ‘매드맥스:분노의 질주’가 떠오른다는 지적도 있다.

“상징적인 작품이라 피해야 한다는 마음은 없었다. ‘매드맥스’는 광활한 벌판 질주이지만 ‘반도’는 한국 도로의 낙차까지 반영했다. 촬영 전 4개월간 무술감독, 촬영감독, CG팀이 매달려 100% CG로 완성하고 시작했다.”

영화 ‘반도’ 숨바꼭질 장면. 사진제공|NEW


- ‘631부대’, ‘숨바꼭질’의 아이디어도 돋보인다.

“631부대는 남성으로 대변되는 집단의 야만성을 드러내려 했다. 대재앙까지 닥쳤는데 무슨 짓을 못할까. 그래도 ‘부산행’을 좋아한 어린 팬들까지 충격에 빠트릴 수 없어서(웃음) 리얼한 상황보다 은유적인 표현을 택했다. 인간으로 도박을 하는 숨바꼭질 장면은 롱테이크 방식으로 찍어 참혹함에 놓인 인간의 심리를 묘사하려 했다.”


- 상상력은 길러지나, 타고나나.


“글쎄. 어릴 때 만화를 정말 많이 읽고, TV도 너무 많이 봐서 부모님 걱정이 많았다. 요즘은 예전에 좋아한 영화나 만화를 다시 찾아본다. 1989년 홍콩영화 ‘강시선생’을 다시 봤는데 엄청나더라. 저는 ‘영화는 이래야 한다’는 틀에 갇혀있었는데, 이젠 벗어나려 한다.”


- ‘반도’ 후속편이 나올까.

“‘반도’를 기획하면서 빼놓은 아이디어가 많아, 그걸 발전시킬 수도 있다. 기대하는 관객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지. ‘부산행’ 이후 4년간 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작은 규모의 스핀오프는 어떨까. 그런 상상을 해본다.”

연상호 감독은 현재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연출 준비에 분주하다. “프리랜서여서 하고 싶어도 일을 못할 때가 올지 모른다”는 생각도 하지만 결과를 걱정하기보다 일단 시작하는 스타일이다. 그는 얼마 전 본 마이클 조던의 다큐멘터리 ‘더 라스트 댄스’ 속 내레이션을 인용했다.

“조던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에 절대로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