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신)세경 씨 그렇게 안 봤는데 단단한 사람이네

입력 2021-02-05 09: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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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형 여주’라는 말이 있다. 계속해서 고난이 이어지고 안 좋은 일이 닥치는 가운데서도 끝내 사랑을 이뤄내는 여자 주인공 캐릭터를 이르는 말인데 트렌드의 변화로 구시대적인 클리셰라는 눈총을 받고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캔디형 여주’는 여전히 다양한 작품에서 활용되며 시대 흐름에 발맞춰 스스로 역경을 헤쳐 나가는 식으로 생존해 가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 신세경은 자칫 뻔한 ‘캔디형 여주’에 독립심과 당찬 매력을 가미했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세경과 JTBC ‘런 온’의 오미주 등이 우리가 흔히 봐 온 ‘캔디형 여주’가 아닌 까닭은 온전히 신세경 덕분이다.

“지금까지 연기했던 캐릭터들과 미주가 다른 점은 가장 땅에 발붙이고 사는 인물이라는 거에요. 현실 어딘가에서 실제로 살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가장 강한 캐릭터기 때문이죠. 미주는 혼자 버티고 구르며 살아온 시간이 꽤나 길었기 때문에 언뜻 보아선 맷집이 좋은 사람인 것 같지만 그 속엔 무르고 여린 면이 존재해요. 그런 괴리와 틈이 보일 때 미주가 참 하찮으면서도 사랑스럽게 느껴졌죠. 가끔 언니 같은 조언을 해주고, 강자 앞에서 더 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짱돌 같은 캐릭터. 그런 캐릭터가 누군가를 향한 애정을 키워 나가면서 그 애정 때문에 자꾸만 하찮은 지점을 드러내는 게 참 재미있었어요.”


신세경은 4일 종영한 JTBC 드라마 ‘런 온’에서 번역가이자 기선겸(임시완)과 함께 하며 내면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 오미주를 연기했다. 극 중 ‘갑’의 위치인 서단아(최수영)에게도 때론 비굴하게, 때론 당당하게 대하는 미주의 럭비공 같은 성격은 기존 드라마 속 여주인공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리고 신세경이 연기해 온 지난 캐릭터를 돌아봐도 가장 현실적이면서 속 시원한 캐릭터이기도 했다.

“‘런 온’은 예측 불가능한 이벤트가 늘 가득했어요. 항상 뻔하지 않은 방향으로 캐릭터들이 움직이고 말을 했으니까요. 주인공의 불우한 성장 배경은 우리가 많이 보아온 드라마 속 설정이지만 미주가 살아가는 방식은 달라요. 미주는 솔직하고 부끄러울 것이 없는 사람이니까 제가 연기를 하면서도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촬영했어요.”


신세경이 연기한 오미주는 그의 말처럼 때론 결핍을 드러내면서도 의연한 자세로 매 상황을 맞이했다. 신세경은 이 같은 오미주의 매력 중 가장 아끼는 포인트로 ‘건강한 가치관’을 꼽았다.

“제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포인트는 미주가 사과를 잘한다는 점이에요. 미주는 방금 뱉은 모난 말에 대해서도 바로 사과할 줄 아는 멋쟁이거든요? 물론 배배 꼬아 말할 때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의 상황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점과 자신의 일도 무척 사랑한다는 점도 굉장히 좋아요. 무엇보다도 오미주가 추구하는 사랑의 방식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서로를 잘 지켜가면서 사랑해야 한다는 가치관이 정말 건강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런 온’이 특별했던 또 하나의 이유는 극중 캐릭터들이 가진 직업에 대한 묘사 때문이다. 육상선수, 번역가, 스포츠 에이전시 대표, 화가 등 다채로운 직업을 보여주면서 이들이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서가 아닌 각자 지닌 신념 때문임을 계속 보여준다. 생존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하는 일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신세경에게 배우라는 ‘직업’과, ‘연기’라는 업무는 어떤 의미일까.


“저에게 있어 연기란 정답을 찾을 수 없는 것이자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것이에요. 거짓말하지 않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좋은 연기 혹은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보는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도달할 수 있도록 늘 고민하죠. 이번 ‘런 온’을 통해서는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고, 또 한 편으로는 현실적인 연애의 단계 단계를 잘 표현해서 그 설렘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렇게 부대끼며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시청하시는 모든 분들이 작은 위로가 느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바람도 가졌었어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나무 액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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