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지현(26)에게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는 ‘출발선’이다. 2017년 웹드라마를 통해 데뷔한 후 몇몇 작품을 경험하긴 했지만 대중에 그의 얼굴을 알린 결정적인 ‘한 방’은 ‘펜트하우스’. 워낙 강력해 배우 이름 석 자보다 아직은 캐릭터 ‘주석경’이 더 익숙한 것도 사실이다.
한지현은 시즌제로 편성된 ‘펜트하우스’에서 주단태(엄기준)와 심수련(이지아)의 딸이자 주석훈(김영대)의 쌍둥이 동생 주석경을 열연하고 있다. 헤라 키즈 중에서도 온갖 악행의 선봉장으로 활약(?) 중인 주석경. 점점 악행의 스케일을 키우더니 시즌2에서는 천명수(정성모) 사망의 폭로를 빌미로 천서진(김소연)을 협박할 줄도 아는 빌런으로 성장했다. 주석경이 얼마나 더 악해질지, 언제 어떻게 몰락할지가 시즌3로 돌아올 ‘펜트하우스’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저도 석경이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고 또 무서워요. 천서진의 비밀을 폭로할지도요. 시즌2 마지막에 협박하는 듯 한 대사를 작가님이 넣은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지나가는 말로 하진 않았을 거예요. 이 비밀이 덮어지진 않겠죠.”
‘천서진을 이겨먹겠다’는 주석경의 마인드로 협박 장면에 임했다는 한지현. 하지만 실제 본인은 주석경과 너무 다르다고 강조했다. 협박 장면 또한 “덜덜 떨면서 준비했다”는 한지현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겨우 ‘닮은 점’을 언급했다.
“저는 평소에 화장도 잘 안 하고 꾸미고 다니지도 않아요. 주석경처럼 ‘인싸(인사이더, 단체의 중심이 되어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도 아니에요. 닮은 점이 없다고 할 수는 없는데 음…. 재밌는 것을 좋아해요. 석경이가 웃을 때 진심으로 웃잖아요. (협박 장면에서) 은별이 따라하면서도 ‘푸하하’ 웃는데 연기하면서도 진심이었어요.”
‘펜트하우스’ 속 주석경은 이해나 연민을 받기 힘들 정도로 악하다. 시즌1에서 그렇게 미워했던 심수련의 사망(알고 보니 생존)으로 인한 충격은 주석경을 갱생이 아니라 나락으로 빠뜨렸다. 그리움과 죄책감은 반성의 씨앗이 되지 못했고 주석경은 더욱 악해졌다. 한지현은 주석경을 연기하면서 너무나 안타까웠다고 털어놨다.
“주석경에 대한 첫 인상은 엄마에 대한 ‘미움’이 가득한 아이였어요. 그런데 엄마 탓으로 돌리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사랑’이었던 거죠.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말을 못하니까 투정을 부리고 화를 낸 거예요. 많이 잘못된 방식이죠. 주단태 밑에서 그렇게 보고 자라서 그게 최선이었던 거겠죠.”
인터뷰 도중 뜻밖에 남동생도 언급됐다. 공교롭게도 한지현도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실제 이란성 쌍둥이다. 남동생 한승수는 모델로 연예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지현은 “극 중 석훈이와의 쌍둥이 설정을 보고 개인적으로는 징그러웠다. 어떻게 팔짱을 끼고 돌아다니지 싶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석경이에게 석훈이는 집에서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을 것”이라며 “석훈이가 없으면 기둥이 부러지는 것이니까”라고 말했다. 실제 쌍둥이 동생과는 “애틋하거나 스킨십을 하는 사이는 아니다. 어릴 때는 많이 싸웠는데 그래도 가족이니까 믿음과 의지는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동생의 드라마 시청 후기를 묻자 “석경이를 보고 ‘와 진짜 성격 사납다’고 하더라”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열연으로 호평을 받고 있지만 한지현은 “내가 나오는 장면 대다수를 싫어한다”고 고백했다. 이유는 스스로에게 아쉬움이 남아서. 그는 평소 2~3번, 최대 10번 이상 반복하며 작품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부족하지만 연기 욕심이 많아요. 잘하고 싶고요. 완벽하게 할 순 없겠지만 정말 조그마한 차이에서도 큰 변화가 있는 거잖아요. 제가 좀 더 노력하고 열심히 배우면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요. 시즌1 때 모니터링한 덕분에 시즌2에서도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훌륭하진 않지만 시즌2 때는 더 석경이에 몰입해서 한 장면, 한 장면 임하려고 했어요.”
한지현의 주석경은 ‘펜트하우스’ 시즌3와 함께 돌아온다. ‘펜트하우스’ 출연 배우들 모두가 그러하듯 한지현도 전개가 도무지 예상이 안 된다고 털어놨다. 다만 그는 러브라인은 기대하지 않는다며 “그 아이들과 그러지는 않을 것 같다”고 웃었다.
“‘펜트하우스’ 이후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석경이와 비슷한 역할은 기다렸다가 나중에 하고 싶어요. 센 이미지만 있는 게 아니니까, 보여드리고 싶은 게 많거든요. 밝고 명랑한 로맨틱 코미디도 좋고 한복을 좋아해서 사극도 하고 싶어요. 제 연기 인생을 펜트하우스로 비유한다면 이제 1층에서 분수 보고 있는 중이에요. 올라가는 것도 좋지만 올라갈수록 무서워질 것 같아요. 그러니 계단으로 한걸음씩 올라갈게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