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스타와 팬이 만드는 ‘제3의 화폐’

입력 2021-07-0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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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에스파(aespa)가 멤버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아바타 ‘아이(æ)’와 함께 현실과 가상세계를 오가며 자신들만의 독특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위) 왼쪽 사진은 그룹 블랙핑크와 팝스타 셀레나 고메즈가 협업한 ‘아이스크림’ 3D 아바타 안무 영상의 한 장면.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가상+현실’의 공간서 디지털콘텐츠 무한확장

에스파·블랙핑크 아바타와 팬들이
가상 세계에 함께 콘텐츠 재창조
현실·가상 융합된 스타들 새 무대
진화한 디지털콘텐츠 자산 기능도
대형기획사들 메타버스 사업 진출
멤버 카리나가 마치 광활한 우주처럼 펼쳐진 환상적인 배경 앞에 서 있다. 그의 앞으로 에너지체 ‘포스(P.O.S·Port of Soul)’의 문이 열리면 ‘플랫(FLAT)’에 살고 있는 ‘아이(æ) 카리나’가 서서히 걸어 나온다. ‘아이 카리나’는 카리나의 모든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또 다른 자아이자 인격체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연결을 방해하며(SYNKOUT)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블랙맘바’를 찾아 ‘플랫’ 너머의 무한 공간인 ‘광야(KWANGYA)’로 떠난다.

4인조 다국적 그룹 에스파(aespa)가 5월17일 선보인 ‘넥스트 레벨’(Next Level)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이다. ‘아이’는 일종의 아바타이지만, 에스파의 실제 멤버이다. 에스파는 ‘4+4=8’인조 그룹인 셈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데뷔곡 ‘블랙맘바’에 이어 ‘넥스트 레벨’을 통해 독특한 세계관(일정한 스토리텔링을 갖춘 콘셉트)을 펼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그룹 블랙핑크가 아바타를 내세워 팬들을 만났다. 팬들이 각자 설정한 아바타에게 사인을 해주고 셀카를 찍는 모습을 연출했다. 현실세계에 3차원 가상의 이미지를 덧입혀 새로운 현실로 보이게 하는 증강현실(AR) 기반의 아바타 서비스 제페토가 연 ‘버추얼 팬 사인회’이다. 여기에는 무려 5000만명이 몰려들었다. 블랙핑크는 팝스타 셀레나 고메즈가 참여한 노래 ‘아이스크림’의 3D 아바타 안무 영상을 선보이기도 했다.

메타버스…스타·팬 콘텐츠 재창조 공간
스타들이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를 허물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콘텐츠로 팬들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에스파의 뮤직비디오와 블랙핑크의 영상이 유튜브에서 1억뷰의 조회수를 넘어선 것도 그 방증이다.

물론 아바타는 새롭지 않다. 1990년대 중후반 이후 PC통신과 인터넷에 등장했다. 2000년대 싸이월드의 ‘미니미’ 등이다. 많은 이들이 가상의 공간에서 자신의 분신처럼 아바타를 꾸미곤 했다. 하지만 디지털 문화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하는 등 실제의 자신을 내보이려는 이용자들의 욕망이 커졌다. 욕망은 SNS라는 실시간 네트워크 공간에서 실현되고 있다.

하지만 에스파와 블랙핑크의 아바타는 단순한 분신이 아니다. 새로운 인격체로서 디지털 가상세계 안에 존재한다. 팬들도 그 속에 적극적으로 들어가 스타와 함께 즐긴다.

에스파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SM)의 이수만 총괄프로듀서는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상품 생산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소비자를 가리키는 ‘프로슈머’를 내세워 이를 설명한다. 그는 “콘텐츠를 프로슈머가 재창조해 무한 확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아티스트와 팬들이 함께 가치를 공유하며 또 다른 콘텐츠로 확대재생산한다는 것이다. 이성수 공동대표도 에스파의 노래에 등장하는 ‘광야’가 “전 세계 팬을 초대하는 거대한 세계”라면서 이를 “소속 아티스트와 콘텐츠가 서로 공유하는 세계관”으로 연결해 “수많은 플랫폼 서비스를 만나 풍성한 메타버스를 만든다”고 밝혔다.

이제 ‘메타버스(metaverse)’가 스타들의 새로운 무대가 됐다는 선언이다. ‘메타버스’는 ’가상·초월‘을 뜻하는 접두어 ‘메타’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를 합친 말이다. 3차원의 가상세계로, 특히 증강현실과 가상현실(VR) 등 최첨단 기술을 동원해 현실과 가상세계가 융합된 형태의 무대로 확대되고 있다.

사진출처|유튜브 채널 ‘BLACKPINK’ 영상 캡처


“메타버스 콘텐츠는 제3의 화폐”

온라인 게임을 통해 ‘다이너마이트’ 안무 영상을 공개한 방탄소년단은 온라인 공연에서 팬들이 각기 실황을 지켜보며 일정한 시스템을 통해 연결된 보라색 아미봉을 흔들면 영상 안에서 수많은 아미봉이 실제 라이브 공연장에서 빛나는 효과를 냈다. 슈퍼주니어 등이 펼친 온라인 공연도 AR과 VR 등 기술력으로 오프라인 공연 분위기를 실감나게 했다. SM을 비롯해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와 YG·JYP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들은 이미 메타버스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SM은 메가버스 연구를 위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손잡기도 했다.

이처럼 스타들을 내세운 메타버스는 특히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MZ세대(1981∼2010년생)를 주 대상으로 급속히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독일 통계 플랫폼 스태티스타는 메타버스 시장규모가 2024년 약 329조8500여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KB증권 이선화 연구원은 최근 “블랙핑크는 최다 유튜브 구독자를 지난 여성 아티스트로서 메타버스의 주요 이용자인 Z세대의 롤모델이다”면서 “YG 아티스트와 IP(지적재산권)를 바탕으로 메타버스에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더욱 확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메타버스 무대가 한층 진화한 디지털 콘텐츠 자산으로도 기능할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최근 떠오른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토큰)이 매개의 핵심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디지털 콘텐츠에 복제가 불가능하도록 고유의 인식값을 부여하는 기술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가수 겸 음악프로듀서 박진영이 이끄는 JYP엔터테인먼트는 1일 디지털 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함께 케이팝 기반 NFT 플랫폼 사업을 벌인다고 밝혔다. 이수만 SM 총괄프로듀서는 이날 세계문화산업포럼 기조연설에서 “블록체인의 시대에 NFT로 알 수 있듯, 콘텐츠가 제3의 화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윤여정이 주연해 15일 최초 개봉하는 1990년작 영화 ‘죽어도 좋은 경험:천사여 악녀가 되라’의 배급사 블루필름웍스는 최근 “영화 수익 부분 소유권을 NFT로 분할 판매한다”고 밝혔다. 또 밴드 이날치도 히트곡 ‘범 내려온다’를 NFT 음원을 선보이기로 했다.

이처럼 디지털 가상의 공간은 이제 실재의 세상을 넘나들며 실존하는 또 다른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가상+현실’의 새로운 공간과 세상이 메타버스의 이름으로 스타들의 무대와 콘텐츠를 확장시키며 자산으로서 가치까지 높여주는 셈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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