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주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영웅’ 인터뷰에서 “출연을 안 하는 게 말이 안 되는 작품이었다. 모든 게 당연했다”며 “대학교 때 뮤지컬 전공을 했고, 정성화 선배의 팬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만든 뮤지컬 영화에 함께하고 싶었다.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작품에 애정을 드러냈다.
동명의 뮤지컬을 영화화한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렸다.
박진주는 “제안 받고 꿈인가 싶었다. 윤제균 감독님은 나에게 정말 큰 감독님인데 나라는 배우를 알고 계신다는 것 자체로도 신기했는데 캐스팅 제안까지 주셔서 어안이 벙벙했다. 전화로 듣고 울었다”면서 “‘대작인 작품에 누가 되면 안 될 텐데’ 싶었다. 마냥 웃기기만 한 캐릭터는 아니기 때문에 부담감도 느꼈고 찍으면서도 그 부분을 계속 생각했다. 내 결말을 알고 있으니까 마냥 붕 뜨거나 재밌게 할 수는 없었기에 밸런스를 맞추는 게 어려웠다. 감독님을 믿고 따라갔다”고 털어놨다.
박진주는 ‘영웅’에서 독립군들의 안식처인 만두 가게를 운영하며 작은 것 하나까지 살뜰히 챙기는 ‘마진주’를 연기했다. 조우진과 남매로 호흡을 맞췄으며 이현우와 풋풋하면서도 절절한 러브라인을 그렸다. 넘버 ‘그날을 기약하며’ ‘배고픈 청춘이여’ 그리고 ‘사랑이라 믿어도 될까요’에 함께하며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였다.
박진주는 특히 이현우와 듀엣으로 선보인 ‘사랑이라 믿어도 될까요’에서 청아한 목소리로 마진주의 감정을 아낌없이 쏟아냈다. 해당 장면은 라트비아에서 해외 로케이션으로 해외 스태프들과 촬영했다고. 박진주는 “연기와 노래를 같이 해야 하니까 이현우와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하면서 열심히 촬영했다”면서 “노래를 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될 정도로 눈물이 너무 났고 대사가 전달되어야 하는데 너무 슬펐다. 노래와 연기를 접목하는 과정이 어렵더라. 그때 나도 이현우도 멘탈이 나갔고 패닉에 빠졌다. 될 때까지 했던 장면”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또 내가 언제 이렇게 강렬하게 노래할 수 있을까’ ‘아름답고 빛나고 슬픈 에너지를 내뿜어볼 수 있을까’ 하면서 황홀하게 촬영했다.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으로 촬영한 것 같다”이라고 덧붙였다.
뮤지컬 학도로서 오랜 팬이었던 정성화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박진주는 “정성화 선배는 정말 젠틀하시고 ‘악’이 전혀 없는 분이다. 얼마나 큰 무게감으로 안중근 역할을 소화하셨을까 생각하니 내가 짓눌릴 정도로 압박감이 느껴졌다”면서 “현장에서 정말 몰입해서 촬영하셨다. 정성화 선배님이 나타나면 우리도 같이 빨려 들어갈 정도였다. 현장에서 모니터를 보니 그 곳에 안중근 선생님이 계시더라. 실제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감각을 세워서 제대로 해야한다는 경각심을 느낄 만큼 아우라가 대단했다. 실제 성격을 누르고, 많은 단련을 시키면서 만드신 것 같아서 더 와닿았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앞서 정성화는 ‘영웅’ 기자간담회에서도, 인터뷰에서도 박진주의 실력을 높이 평가하며 “뮤지컬 무대에서 꼭 봤으면 좋겠다”고 칭찬했다. 이에 박진주는 “꿈이 멀리 있다고 생각했는데 차근차근 걸어가면 나에게도 이런 일이 생기는 구나, 성실하게 살면 이런 날도 오는 구나 싶더라. 내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한 선배에게서 그런 칭찬을 듣는다니”라고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그렇게 모든 배우가 진심으로 임한 ‘영웅’은 크랭크업 3년 만인 지난해 12월 개봉해 지금까지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16일까지 누적관객수 263만명으로 기대보다는 성적이 다소 저조한 상황. 박진주는 “개봉이 미뤄진 시기에 여러 활동을 하면서 얼굴을 알리는 시간이 생겼고 ‘영웅’을 알리는데 도움이 조금이라도 된 것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아직 희망을 가지고 있다. 우리 영화 여기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고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애정 어린 마음을 전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