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의 ‘무한 변신’

김희애가 ‘남성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깨고 정치드라마에 잇달아 출연하며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선거전략가→경제부총리→컨설턴트→NASA 총괄디렉터

넷플 ‘퀸메이커’ 히트 이어 정치물 ‘돌풍’ 차기작 선택
영화 ‘데드맨’선 지략가로…SF ‘더 문’으로 장르 확장

배우 김희애(56)가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중년 여배우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동안 ‘내 남자의 여자’, ‘부부의 세계’, ‘밀회’ 등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에 주로 한정됐다면 이젠 장르를 구별하지 않고, 특히 남성 배우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정치드라마부터 SF영화까지 다양하게 소화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김희애는 14일 공개한 후 줄곧 넷플릭스 많이 본 TV쇼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퀸메이커’에서 한국 최고 대기업 은성그룹의 전략기획실장 출신의 선거 전략가를 연기했다. 그동안 정치와 재벌을 그린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정치인들은 모두 남성이었다. 김희애도 이런 편견을 깨고 강렬한 카리스마와 연기력을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고, 차기작에서도 또다시 정치 장르 작품을 골랐다.

드라마 ‘황금의 제국’, ‘펀치’ 등으로 ‘정치물의 대가’라는 불리는 박경수 작가의 신작으로 기대를 모으는 넷플릭스 정치드라마 ‘돌풍’을 택했다. 재벌과 결탁한 대통령을 심판하고 정치판으로 바꾸고 싶어 하는 국무총리 역의 설경구와 대립하는 정치적 맞수 경제부총리를 연기한다.

그의 내공을 드러낼 변신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하반기 개봉 예정인 범죄 스릴러 영화 ‘데드맨’에서 타고난 지략으로 정치권을 쥐락펴락하는 컨설턴트 신여사 역을 맡는다. 극중 100억 원의 횡령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으로 살게 된 조진웅이 진범을 찾기 위해 나서는 내용의 영화에 미스터리를 더한다.

연출을 맡은 하준원 감독은 “신여사 캐릭터는 자기 목적을 위해 이용하기도 하고 끄집어내기도 하는 뱀의 혀를 가진 독특한 캐릭터”라며 “컬러렌즈 등 분장 하나하나까지 신경 써서 연기한다”고 말했다.

올해 개봉 예정인 초대형 SF블록버스터 ‘더 문’과 미스터리 ‘더 디너’에서도 전혀 다른 캐릭터로 관객을 만난다. ‘신과함께’ 시리즈로 ‘쌍천만’ 기록을 쓴 김용화 감독이 28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더 문’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우주에 고립된 탐사대원 도경수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김희애는 사건의 중요한 키를 쥔 NASA 총괄 디렉터를 연기한다.

허진호 감독의 신작 ‘더 디너’에서는 장동건과 부부로 호흡한다. 전혀 다른 신념을 가진 두 형제 부부가 우연히 끔찍한 비밀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